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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치인’ 박근혜의 선택

등록 2007-10-30 14:08수정 2007-12-10 14:39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정권교체 필요한 일 하되 진짜 관심은 ‘대선 이후’
“다음은 무조건 박근혜” 친박 결속력 더 단단해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9일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오전 질의에서 환경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을 상대로 폐기물, 환경산업 경쟁력에 대해 질문을 했다. 할당된 15분을 정확히 지켰다. 국회의원으로서 그는 모범생이다. 다른 의원들이 질의를 할 때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다. 오전 회의가 길어지면서 점심식사 약속에 늦은 일도 있다.

8월20일 경선에서 그는 투표소에서 이기고도 여론조사 때문에 1.5%포인트 차이로 후보를 놓쳤다. 억울하기도 할텐데 군말없이 물러섰다. 그의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이정현씨는 한동안 혼자 노래방에서 ‘그 겨울의 찻집’이란 노래를 불렀다. 노래 가사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선대위원장이었던 서청원 전 대표는 “박 대표와 같은 훌륭한 지도자와 뜻을 같이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들의 그런 행동이나 말은 가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의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과거 신한국당, 한나라당 시절 패자 캠프는 순식간에 공중 분해됐다. 후보에게 줄서기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다. 신기할 정도다.

이명박 후보 처지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혹시 박 전 대표가 ‘다른 마음’을 먹게 되면,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이명박을 인정하지 않는 당내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확실히 박 전 대표와 ‘친박’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올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명박 후보를 도울 것인가, 아닌가? 그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물어보았다. 상황이 예민한 탓인지 대개 익명을 요구했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정권교체다. 정권교체가 된다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이명박을 흔들어 낙마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이 후보가 예의를 갖춰 유세를 요청하면 아마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명박 후보를 최대한 돕고 있는 것이다. 경선 패배 뒤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다. 뭘 더 해 달라는 것인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2년 2월 이회창 총재와 마찰을 빚고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 그러나 민심을 얻지 못하자 11월에 합당 형식으로 복당한 일이 있다. 사람은 체험에서 배운다.

이회창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들이 지원·연대 가능성을 묻자,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게 가장 정확한 답변일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경선을 거치며 ‘박정희의 딸’에서 ‘정치인 박근혜’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심’을 확보해 정치적 재기의 발판도 마련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까? 측근들은 이렇게 전했다.

“이명박이 되든 안되든 다음엔 무조건 박근혜가 된다. 대선이 끝나면 치열한 당권다툼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기면 주류가 되고, 지면 비주류가 될 뿐이다. 차차기를 향해 가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일은 하겠지만, 진짜 관심은 ‘대선 이후’에 가 있다는 얘기다. 측근들의 결속도 ‘대선 이후’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이명박 후보에게 개별적으로 투항해 줄서기를 하는 것보다, 똘똘 뭉쳐 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표와 ‘친박’ 인사들이 대선 국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명박 후보에게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도움을 청하려면 ‘떡’을 나눠줘야 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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