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이 전 총재의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우선 이 전 총재가 실제로 출마를 결심할 것인 지를 놓고 예측이 엇갈리고 있고, 또 출마했을 경우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鄭東泳) 후보 진영에서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선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를 압박해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내가 보기에는 이 전 총재는 안 나올 것 같다"며 "이 전 총재의 최근 언행에는 자신을 홀대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내재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낙마에 가까운 상황이 되면 몰라도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는 출마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전 총재 출마설 자체가 야권분열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경계심을 보였다.

정 후보측의 다른 의원은 "이 전 총재는 실제 출마한다기 보다는 이 후보를 압박해서 충청권의 `영원한 맹주' 자리를 확보하는 등 지분을 얻어내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당 일각에선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BBK 주가조작 의혹 등 각종 비리의혹 검증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이 후보를 구출해내고 유권자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한나라당 내에서 계획적으로 흘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신당의 정봉주 의원은 "이 전 총재는 100% 출마한다. 왜냐하면 정치적 상황이 이명박 후보가 몰락하는 쪽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불교방송 여론조사에서 벌써 14%가 나오는데 앞으로 23∼24%까지는 기본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만약 정동영 후보를 앞서는 조사가 나오면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쪽은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나라당 내부가 친(親)이명박과 친(親)박근혜 세력으로 양분돼 `한지붕 두가족'인 상태이고, BBK 등 각종 의혹 검증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 후보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더 확실한 후보를 찾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보수층은 이 후보가 자신들의 적자라고 보기에는 너무 흠결이 많고 불안하다고 보기 때문에 두 차례 대선에서 확실한 검증을 거친 이 전 총재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전 총재는 무소속으로 나와도 20% 정도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 세력과 결합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범여권으로서는 오히려 이 전 총재가 나서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출마설과 관련,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지난 29일 전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창씨가 나이는 많지만 부패하지는 않은 사람"이라며 "(이 전 총재가 나서면) 이명박씨는 나가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고원 선거대책본부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전 총재는 두 번씩 검증을 해서 어느 정도 국민의 평가가 끝난 사람이고, 국민은 `이회창' 하면 어떤 수준이라는 게 있다"며 "문 후보의 언급은 이명박 후보는 이 전 총재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사람이라는 언중유골"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보수층의 정신적 대통령을 자임하는 분이라면 `차떼기' 불법대선자금 문제부터 정리해야 한다"면서 "신당측도 이 전 총재의 출마설로 가슴 설레고 있다는데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 지낸 정 후보도 지난 대선의 불법자금을 갚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