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자율권 늘면 입시경쟁 부추겨 사교육 부담 되레 커질 것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교육공약이 실현되면 과연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까?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 자율화’와 ‘고교 다양화’가 서로 부정적 상승작용을 일으켜, 입시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사교육비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한국의 최상층 계층인 강남 학부모를 겨냥한 맞춤형 교육공약이라는 것이다.
‘3단계 대입 자율화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과도한 입시 경쟁을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2005년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통합 논술 도입 및 반영 비중 확대를 발표하자, 전국에 논술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 대학이 본고사를 도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예상된다. 이 후보는 “대학 총장들도 본고사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지만, 일부 주요 대학 총장들은 올해 초에도 ‘본고사 허용’을 주장하며 3불 정책 폐지론을 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대학 서열구조를 놔둔 채 입시를 자율화하면 경쟁만 심해져 사교육 부담이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다양화 방안’도 사교육비 감소 효과보다는 오히려 계층 간 격차만 확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립고 100곳이 추가 투자 없이 학생 선발 자율권만을 노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경우, 이들 사학재단은 수업료 등 학비 인상에 기댈 공산이 크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는 일반고의 세 배에 이르는 수업료에 기숙사비까지 내야 한다. 학생이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에 다니더라도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교육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사교육 관련 조사’도, 초·중학생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외고 등 특목고 입시 열풍임을 보여준다.
영어교육 강화와 관련해 인천 송도국제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 같은 교육국제화특구를 확대하겠다는 것도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설 국제학교 입학을 위해 사교육이 번지고 있는 점에 비춰, 사교육비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이 후보의 교육 공약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시장화와 자율화를 강화하는 쪽”이라며 “지지 세력들이 원하는 방향일 테지만, 이런 공약의 목표로 사교육비 감소를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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