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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자율형·기숙형…인문고 20% 이상이 ‘특목고 간판’ 다는 격

등록 2007-10-09 19:51수정 2007-10-09 22:27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단계별 대학입시 완전자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단계별 대학입시 완전자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 후보 교육공약 내용과 의미
인구감소 낙후지역에 기숙학교 효과 의문
대학 자율화 땐 ‘수능 쏠림’ 본고사 부활 우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교육 정책의 핵심은 신자유주의 교육관에 기초한 ‘자율 확대’다. 당선되면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원하는 고등학교를 수요에 맞춰 지어주고, 임기 안에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은 사실상 고교 평준화 제도를 해체하고 ‘대학 입학 3불(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수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수
■ 특별한 고교 확대=이 후보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와 같은 자율형 사립고를 100곳 짓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에만 20~30곳을 설립할 계획이다. 재정 규제를 낮추면 기존 사립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곧 사립고들에 자율권만 크게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 6곳은 이미 연 1천만원 가량의 수업료·기숙사비 등을 내야 하는 ‘귀족형 사립학교’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건학 이념 실현’이라는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나, 주요 대학 진학에 유리한 또다른 ‘특목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교육으로 선행학습과 과외를 받을 수 있는 여건에 있는 학생들이 주로 들어간다.

이런 학교를 100곳 늘린다면, 고교 평준화(거주지 인근 고교 배정) 제도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30여년 전 비평준화 시대의 명문고 서열화보다 더 폐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는 농촌 등 낙후 지역에 기숙형 공립고교 150곳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 지역 출신이 지역에 머무는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시행 중인 ‘1군 1우수고’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농어촌 인구가 줄어 학교 통폐합이 추진되는 상황이어서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이 후보는 입시기관화한 일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공약대로 하면 특목고·자사고 등 61곳에다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까지 ‘일반계 고교’가 아닌 고교가 300곳을 넘는다. 이는 전국 인문계 고교(약 1400곳)의 20%를 넘는 수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영국이나 미국의 특목고 비율도 3%에 불과한데, 나라를 특목고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형빈 이화여고 교사는 “상위 20%만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육 양극화를 통한 사회 양극화가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입 자율화=이 후보는 일부 대학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대입 자율화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우선 1단계로 학생부·수능 반영을 자율화하고, 2단계로 수능 과목을 축소하며, 마지막으로 2012년까지 대학 입시를 100%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학생부·수능 반영의 자율화는 대학들의 수능 전형 확대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 뻔하다. 김성천 좋은교사운동 정책실장은 “이미 주요 대학들이 서열구조를 의식해 특목고생을 한 명이라도 더 뽑으려고 안달인데, 자율에 맡겨놓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수능 비중이 다시 커지면 수능 대비 사교육이 급팽창할 수밖에 없다.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입시사정관제, 대학과목 선이수제(AP) 등을 하면 대학들이 본고사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학·영어·국어 지필고사 등 본고사를 금지한 가운데서도 통합논술 확대로 사실상 본고사를 치러 왔다는 지적을 받는 대학들이 ‘자율’의 멍석이 깔린 마당에 본고사를 되살리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수능 과목 축소 방안도 수능을 점수제에서 9등급제로 바꾼 2004년 ‘변별력이 없어진다’며 반발했던 대학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더구나 내신을 중시하는 ‘2008학년도 입시안’이 올해 처음 시행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 후보가 당선돼 이런 공약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학교 현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2008 입시안도 2004년 확정해 예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임기 안에 ‘완전 대입 자율화’까지 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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