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광주전남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가 눈을 질끈 감고 발표를 기다리는 반면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후보는 웃음을 짓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손학규 대세론 상처…이해찬 단일화 효과 미풍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의 `슈퍼 4연전' 첫 날인 29일 호남 지역 경선이 정동영(鄭東泳) 후보의 승리로 귀결, 이변은 연출되지 않았다.
정 후보는 추석 연휴 전 제주.울산.강원.충북에서 치러진 초반 4연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범여권의 본거지인 호남에서도 6천표 이상의 비교적 큰 차이로 승전고를 울리게 돼 조직력에 터잡은 `정풍'(鄭風.정동영 바람)의 위세를 다시 한번 떨친 셈.
특히 이번 주말을 고비로 신당 경선이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다 이들 4개 지역의 정치적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슈퍼 4연전 결과가 전체 경선의 풍향계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후반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손학규 후보는 경선활동 재개 후 처음 맞은 경선에서 반전에 실패하면서 이미 초반 4연전에서 한풀 꺾인 대세론에 타격을 입게 됐고 이해찬 후보가 기대를 건 친노(親盧) 후보 단일화 효과도 일단 미풍으로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승기 잡은 정동영 = 정 후보는 이날 전체 선거인단의 17%(광주 7.6%, 전남 9.4%)를 차지하는 광주.전남 경선에서 유효득표수 대비 절반에 가까운 46.7%의 득표율로 2위인 손 후보(35.7%)를 11% 차이로 넉넉하게 따돌리며 종합득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역(逆) 대세론'을 굳히면서 절반 가량 남은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누계득표 기준으로 2위인 손 후보와의 표 차이도 1만표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이며 정 후보 텃밭인 전북 경선이 내주말 기다리고 있는 점도 유리한 대목이다.
정 후보측은 범여권의 정신적 고향인 호남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기폭제로 삼아 남은 기간 사실상 독주체제를 구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 지역이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던 점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이다.
정 후보측 핵심 관계자는 "매번 전략적 투표를 해 온 호남의 선택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갖는 정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맞설 후보라는 점을 인정한 결과"라며 "앞으로 질주를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지속적 강세로 인해 "조직선거.동원선거로 민심이 왜곡되고 있다"는 손, 이 후보측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데다 판 자체가 싱거워지면서 흥행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이 지역 투표율이 당초 기대치인 30∼35%에 크게 못 미치는 20%대 초반대로 맥빠진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조차 신당 경선에 대한 무관심한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고, 호남 경선 결과가 갖는 상징적 비중이 일부 반감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손학규 `대세론 타격', 이해찬 `단일화효과 기대 이하' = 손 후보는 호남 경선을 통해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단단히 별렀으나 역전에 성공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두주자인 정 후보와의 표 차이도 더욱 벌어지는 낭패를 맛보게 됐다.
조직력의 허점을 재차 절감하면서 대세론에 상처를 입게 된 셈. 손 후보는 초반 4연전에서 정 후보에게 1위를 내 준 뒤 3일간의 칩거 끝에 지난 21일 경선에 복귀하면서 선대본 해체, 캠프 사무실 폐쇄 등의 극약처방으로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대반전을 위해 호남 지역에 올인 해 왔다.
손 후보측의 SOS 타전으로 민주당 출신 `8인 모임'을 중심으로 한 현역 의원과 지자체장, 일부 중진들도 막판 `품앗이' 지원에 나섰으나 뒤집기에 성공할 만큼의 뒷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손 후보로선 반전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중도하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손 후보측 우상호 의원은 "한때 칩거에 대한 비판여론이 형성됐으나 추석을 지나면서 상당히 완화됐는데, 결국 조직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부산 선전에 이어 강세 지역인 서울.경기.인천과 모바일투표로 대역전 드라마를 펼치겠다"고 완주를 다짐했다.
이해찬 후보측도 민주평화개혁세력을 지켜온 `신의론'을 앞세워 정 후보와의 호각지세를 점쳤으나 호남에서 유효득표 대비 17.6%를 얻는데 그쳐 순위 역전에 실패했다. 1,2위인 정(46.7%), 손(35.7%) 후보와의 격차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컷오프(예비경선) 결과로만 놓고 보면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친노 3인방의 득표율을 합쳤을 때 1위 후보를 너끈히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 파괴력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막상 표결집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단일화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조직력에 밀려 대선후보로서의 역량과 적합도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부산.경남과 모바일 투표를 통한 민심의 대폭발로 반드시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빛바랜 국민경선'.. 향후 전망 = 그러나 최종 판세를 섣불리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음날 본선에서 영남 득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슈퍼 4연전의 나머지 절반인 부산.경남 경선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노 대통령의 연고지인 이 지역에서는 친노 주자인 이해찬 후보가 약간 앞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각 후보 진영마다 사활을 걸고 있어 승패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측은 부산.경남 지역에 포진한 친노 세력의 지원사격을 발판으로 1위를 자신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1위를 토대로 전체 순위 2위로 발돋움 한 뒤 1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 후보측도 호남 경선의 여세를 몰아 1위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청와대 전.현직 행정관과 공기업 전직 임원 등을 동원한 이 후보측 `감투'에 맞서 `개미군단' 지지자들을 영남에서도 득표력을 인정받음으로써 호남후보 필패론을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것.
손 후보측도 선거인단 대상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며 이를 실제 투표로 연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내달 6, 7일 대전.충남.전북과 인천.경기.경선 등 세 후보의 텃밭 지역 경선과 다음달 13,14일 대구.경북, 서울 등 빅게임을 앞두고 있고 모바일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라는 변수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선은 범여권의 상징적 공간인 호남에서조차 20% 초반대의 투표율에 그치는 등 부진한 참여율로 국민경선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이날 개표결과를 놓고도 정 후보측은 "호남의 위대한 선택"이라며 자평한 반면 손, 이 후보측은 "광주.전남의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민심이 조직에 가렸다"며 평가절하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당 관계자는 "정치의식이 높을 수록 역설적으로 무관심층이 많은 것 같다" 며 "그만큼 신당 경선에 대한 감동이 없다는 반증인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hanksong@yna.co.kr
송수경 기자 (광주=연합뉴스)
그러나 정 후보의 지속적 강세로 인해 "조직선거.동원선거로 민심이 왜곡되고 있다"는 손, 이 후보측의 파상공세가 예상되는데다 판 자체가 싱거워지면서 흥행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이 지역 투표율이 당초 기대치인 30∼35%에 크게 못 미치는 20%대 초반대로 맥빠진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조차 신당 경선에 대한 무관심한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고, 호남 경선 결과가 갖는 상징적 비중이 일부 반감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2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광주전남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1위를 차지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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