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모임서 ‘밀약설’ 제기…정동영 “가당찮은 얘기”
“손학규는 제안받고 거절”
“손학규는 제안받고 거절”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이른바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로 떠들썩하다. 억측과 사실이 뒤섞여 유포되고 있는 수준이지만, 당내 경선 1위로 올라선 정 후보와 관련된 얘기여서 경선 흐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밀약설의 진원지는 18일 밤 중진 모임이었다. 한 중진 의원이 밀약설을 꺼냈다. 김한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제1차 탈당그룹이 14일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배경에 ‘당권을 주겠다’는 정 후보의 약속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손학규 후보에게도 당권을 조건으로 지원을 제의했으나 손 후보는 거절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손학규 후보 쪽은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손 후보의 한 참모는 “12일 손 후보가 김 의원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대화 내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정 후보 지지 선언 이틀 전에 손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이날 광주 기자간담회에서 ‘가당치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현미 의원은 “정 후보가 최근 김한길 의원과 전화통화는 했지만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며 두 사람의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정 후보 캠프의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밀약설을 얘기하려면 분명한 근거를 대야 한다. 아무리 미워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의 핵심 참모는 “익명의 그늘에서 밀약설을 흘리는 행태 자체가 구태 정치”라고 쏘아붙였다.
김한길 의원 쪽도 펄쩍 뛰었다. 한 참모는 “내년 1월이 전당대회인데 정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진다면 무슨 재주로 당권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며 “밀약은 성립될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진 모임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거듭 의혹을 제기하며 밀약설을 적극적으로 흘렸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의원은 19일 “두 사람 사이에 밀약이 있었다는 것을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밀약설의 배경엔 올해 초 통합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중심의 통합을 주장했던 중진 의원들과 당 해체를 촉구했던 김한길 의원 사이에 쌓인 앙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석규 이태희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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