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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공황상태 손학규 캠프 ‘시위성 칩거’ 해석도

등록 2007-09-19 22:22수정 2007-09-20 08:08

<b>보이지 않는 손</b> 손학규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보이지 않는 손 손학규 후보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정동영, 이해찬 후보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자택 문 잠겨…측근 “경선포기는 않을 것”
‘지지자 결집 · 다른 후보에 경고’ 노린 듯
손 “불리해도 싸우려 했지만 동원선거로…”

손학규 ‘토론불참·자택 칩거’ 파장

19일부터 자택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의 아파트 현관문은 굳게 잠겼다. 기자들이 몰려들어 초인종을 눌러봐도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20일 일정은 모두 취소한 상태다. 분초를 다투는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손 후보 캠프는 동원 선거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칩거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캠프의 한 핵심 참모는 “19일 오전 당에 경선 관련 의혹 사례 진상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당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면서 “당의 경선관리 의지를 깊게 회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상호 캠프 대변인은 “사실은 지난 월요일부터 손 후보의 고민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고민의 내용은 “내가 새로운 정치를 하려고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대통합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경선규칙도 거듭 양보했다. 불리해도 싸우려고 했다. 그런데 경선이 동원 선거로 전락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아름다운 경선을 하려고 했는데 …”라고 한다.

손 후보로서는 지난주 ‘초반 4연전’에서 완패한 데 이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위로 내려앉자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법하다. 여론조사 50% 반영을 요구하다 결국 10% 반영으로 축소됐을 때만 해도, 불만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고, 캠프는 물론 지방 조직마저 동요하는 지경이 됐다. 일부 측근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손 후보는 ‘신당에 나를 불러만 놓고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여러 차례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끌려가다가는 정말 경선용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이 칩거를 불렀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손 후보의 측근인 이수원 텔레비전 토론 대책실장은 “우리는 집토끼를 믿고 바깥에 나가 산토끼 잡으러 다녔는데, 그 사이 엉뚱한 쪽에서 집토끼를 다 잡아간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경선 자체를 접을 것 같지는 않다. 이수원 실장은 “경선을 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 후보 캠프 상황실장인 설훈 전 의원도 “경선은 무조건 100% 간다”고 말했다. 이미 한나라당을 탈당한 전력 때문에 경선 포기는 선택지에 아예 포함되지도 않는 것이다. 한 핵심 참모는 “여기서 접으면 우리는 갈 곳이 없고, 그것은 곧 죽는 길”이라며 “지사(손 후보)도 그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칩거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우선 지지자들을 최대한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핵심 참모는 “현재의 지지자들은 물론 잠재적 지지자들에게도 ‘나를 도와줄 것이냐, 경선을 포기할 것이냐’ 선택하라는 메시지”라며 “벌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꽤 괜찮은 극약 처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손 후보가 경선을 포기하게 되면 신당 경선에는 열린우리당 출신인 정동영, 이해찬 두 후보만이 남게 된다. 경선 판 자체가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손 후보의 칩거는 이를 염두에 둔 ‘벼랑끝 전술’에 가깝다.

무기력한 당에는 경선 관리를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른 두 후보에게도 더 이상 동원 선거 등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와 압박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덧붙여, 당 중진들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요구도 담고 있다. 손 후보는 특히 자신을 통합신당에 참여하도록 설득한 김근태, 유인태 의원이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도와 줄 것을 비공식 경로를 통해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후보는 당과 상대 후보들에게 ‘공’을 던져 놓은 만큼 그쪽 반응을 봐가며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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