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남북 공동 경제특구 벽란도 프로젝트’ 공약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강재훈선임기자 khan@hani.co.kr
초반 4연전 ’조직전의 패배’ 규정
‘광주 사과’ 계기로 한가위 총력전
‘광주 사과’ 계기로 한가위 총력전
‘위기의 남자 손학규.’
17일 아침 선거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여의도 선거 사무실에 들어서던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손 후보는 “이번 경선은 조직선거, 동원선거, 기획선거”라고 규정했다. “지금 경선은 대선을 이기려는 사람과 대선을 포기한 사람들과의 싸움이다”, “대선을 포기하면 당권도, 총선도 없다”라는 단호한 표현들을 이어갔다. 표현이 단호한 만큼 위기감도 절박해 보였다.
손 후보 쪽은 일단 초반 4연전을 ‘조직전의 패배’로 규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의 조직동원 능력은 놀라웠으나, 감동을 주진 못했다”고 평했다. ‘전국에서 몰고 온 버스로 동원한 결과’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위기는 조직이 아니라, 손 후보 본인과 선거 진영 내부에서 왔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여의도에서는 “이대로 가면 손 후보는 3위”라는 혹평도 나온다.
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대세론부터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이질적인 과거를 가진 세력들이 결집하기 위해서는 ‘대세=손학규’라는 접착제가 필요했겠지만, 결과적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바닥 지지층 다지기에도 소홀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다른 캠프의 한 조직책은 “비온다고 투표않는 이들이 무슨 지지층이냐”고 혹평했다.
‘왜 손학규냐’라는 메시지도 명확하지 못했다. 한때 지지의사를 밝혔다 중립적인 태도로 돌아선 한 의원은 “경선 단계에서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식의 대선용 메시지만 내세우고, 경선용 메시지를 만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범여권 지지층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이 시작된 16일에야 광주에서 자신의 한나라당 전력을 사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울산에서 꼴찌하고 뒤늦게 광주를 찾아왔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우리가 원하던 대답은 사과가 아닌 우리가 왜 손학규를 지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솔직한 해명이었는데, 뒤늦게 ‘엎드려 절받는’ 격”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에 있던 과거를 논리로 변명하려고 하지 말고, 처음부터 ‘이명박 후보를 이기기 위해 나왔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며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가 장인 문제에 대해 ‘그러면 마누라를 버리라는 말이냐’고 대응했던 감성적 접근법의 필요성을 손 후보는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 후보가 범여권과의 오랜 세월의 단절을 뛰어넘어 융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손 후보 쪽은 초반 경선 2위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상호 대변인은 “범여권 지지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 손학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것을 안다”며 “광주 사과를 계기로 전통적 지지층들의 마음에 좀더 깊숙히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 쪽은 추석을 전후해 필수 인원만 남기고 광주·전남으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손 후보의 일정도 그런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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