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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권자와 함께 정책검증…선거보도 새 지평

등록 2007-09-11 08:57

‘100인 유권자위원회’가 뛴다
‘100인 유권자위원회’가 뛴다
대선후보 공약 분석-토론-검증-평가 뒤 결과 공개
후보들끼리 치고 받는 비방전, 언론의 입맛대로 걸러지는 선거보도에서 유권자는 언제나 ‘구경꾼’이었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이런 유권자들에게 ‘주인’의 자리를 되찾아주자고 손을 맞잡았다. 10일 구성을 마친 ‘유권자가 함께하는 정책검증-100인 유권자위원회’가 그것이다.

‘100인 유권자위원회’는 크게 세 단계의 활동과정을 거친다. 첫번째는 각 후보들의 핵심 정책·공약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 각 정당이나 후보자가 발표한 정책·공약자료는 물론이고 찬·반 양론을 대표하는 외부의 주장·의견도 참고자료로 제공한다. 유권자위원들은 이를 토대로 공약의 핵심내용과 의미 등을 파악하고, 후보별로 집중 검증할 정책공약 한두 가지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10월6일로 예정된 1차 모임에서 100인의 유권자위원들은 집중 검증대상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심층적인 해설을 듣고, 질의·응답 및 토론을 거친 뒤 각자 판단할 근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다음은 검증과 토론의 단계이다. 유권자위원들은 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의문점 등을 정책질의 형식으로 후보 쪽에 전달하고 답변을 들을 계획이다. 정책질의는 한두 차례의 포괄적 질문에 그치지 않고, 연도별 이행계획, 재원마련 방안과 같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반복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100인 유권자위원회’는 후보자를 직접 초청해 정책검증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는 그동안의 검증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평가를 내리는 과정이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평가하는 계량화된 지표가 마련된다. 이 지표에 따라 유권자위원들이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일반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100인 유권자위원회’ 활동은 자발적으로 모인 유권자가 그들의 기준과 시각으로 후보를 직접 평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선거보도에선 매우 드문 시도이다. 후보와 언론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을 벗어나, 유권자 스스로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의미, 실현 가능성을 놓고 찬반 토론을 거쳐 평가까지 내리는 경우는 선거보도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다.

이런 보도 방향은 후보 중심의 일방통행을 벗어나 유권자의 공론형성 과정까지를 충분히 소개하는 쌍방향 시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선거 보도는 후보 움직임과 후보의 정책, 발언들을 유권자들에게 전달하는 일방통행식이었다. 그러나 ‘100인 유권자위원회’는 시민들과의 다양한 접촉을 통해 일정한 흐름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기사방향을 잡는 ‘시민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선 1996년 대선 이후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의 쌍방향식 참여를 도입한 시민저널리즘 보도가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100인 유권자위원회’ 자문교수단의 이현우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100인 유권자위원회’ 활동이 전체 유권자들을 대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1000~2000명 대상의 객관식·규격화된 여론조사가 아니라 심도 깊은 인터뷰와 거듭된 질문으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공론조사의 성격을 띈다는 의미가 있다. 누가 얼마나 앞서간다는 경마식 보도보다 공약의 구체적 내용과 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 의식의 변화 과정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 대선보도의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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