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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권영길 후보 사회·경제·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등록 2007-09-05 10:31수정 2007-09-05 13:32

권영길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맨 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기원 방송대 교수(오른쪽 두번째부터),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의겸 <한겨레> 대선기획팀장.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권영길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맨 오른쪽)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기원 방송대 교수(오른쪽 두번째부터),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구갑우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은 김의겸 <한겨레> 대선기획팀장.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007대선 유권자와 함께하는 경선후보 검증]
민노당 ③ 권영길
사회정책 살펴보니
대기업 노조 역할론…가능성 적은 양극화 해법

권영길 경선후보의 일자리 관련 공약은 다른 두 민노당 후보에 비해 폭넓은 의제를 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평생교육시스템’이다. 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청소년기 학교교육에 치중하느라 성인교육에는 무관심해온 만큼 꼭 제기해야만 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권 후보는 이 문제를 전통적인 학교교육과 적절히 연계시켜 통합적인 개선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권 후보는 단지 “미국은 클린턴 정부 때 노동부 교육부 합쳐서 새로운 교육기능을 도입하자고 했고, 유럽에도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하는 곳이고 직업으로서의 실용은 따로 있다”고 답했을 뿐이다. 일자리와 교육을 어떻게 통합할지, 평생교육과 고등교육간 적절한 분업은 무엇인지, 경력단절 여성을 어떻게 교육·훈련해야할지 같은 세밀한 부분에 대한 권 후보의 관심이 요청된다.

또다른 주목할 만한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좁히느냐의 문제이다. 권 후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대기업 노조의 책임은 없지만, 이를 해소하는데는 대기업 노조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권 후보는 “국민연금과 관련해 대기업 대공장의 역할이 있다. 현대자동차 몇몇 노조하고 기초적인 토론도 했다. 이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교섭이 기업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규직 노동자의 ‘직접적인’ 임금 양보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보다는 조세 형평성을 통해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하고, 생계비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사회복지를 강화하여 모든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키는 방안이 나을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 자제를 보다 쉽게 이끌어내는 한편, 저임금 불완전 고용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생활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정책

[%%TAGSTORY1%%]

일반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 같다. 지난 두 번의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민노당에 대한 여성 지지는 상대적으로 미미하였다. 권 후보는 이를 “여성들이 민노당을 노동자들하고만 관계있는 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이랜드, 뉴코아 투쟁을 통해 민노당이 여성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당이라 생각하는 여성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낙관하였으나, 과연 그러할지는 의문이다.

“여성의 문제는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은 또한 여성”인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적대적인 노동환경에서 가사와 양육, 그리고 고령자에 대한 돌봄 노동까지 떠맡은 여성의 이중, 삼중고에 대해 다차원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적극적 노력 없이는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쉽게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은 부차적인 특수집단이 아니라, 인구의 반이다. 권 후보와 민노당이 이번에는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주희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이화여대 교수·사회학)

경제정책 살펴보니
“진보적 성장론 눈길…정책 깊이있는 이해 아쉬워”

권영길 경선후보라 하면 뚝심이 떠오른다. 변절과 청산이 난무하는 가운데 운동판을 굳게 지켜온 뚝심과 후배를 껴안는 후덕한 인격은 그가 대선 3수까지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다만 경제와는 거리가 있는 상임위 소속이라 경제 문제와 관련해 세인의 주목을 끈 의정활동은 없다. 그저 원내대표로서 당세를 모아 여러 경제문제를 이슈화한 정도다. 비정규직,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둘러싼 투쟁이 그런 것들이다. 운동권의 부정적 유산인 당내 정파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이렇게 당을 추스르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으리라.

이번 당내 경선에 즈음해 그는 ‘진보적 성장론’을 내세웠다. 당이 이전의 분배만능주의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을 그가 올린 셈이다. 성장 담론은 민주노동당이 다뤄서는 안되는 금기 비슷했는데 그가 이를 과감히 돌파했다. 그 내용으로 제기한 ‘사람중심 경제’도 나름의 대중적 설득력을 가지며 재벌, 중소기업, 세금, 농업 등 주요 문제에 대해 그런대로 정리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의 경제 비전이나 공약에는 뭔가 신선한 맛이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체로 당론을 그냥 옮겨놨을 뿐이다. 이걸 따졌더니 “다른 후보들도 다 마찬가지고 용어만 이리저리 갖다 붙였을 뿐”이라 했다.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거과정은 당론을 다듬고 발전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이런 노력을 권 후보도 기울였으면 한다. 그의 사람중심 경제나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결방안 같은 것은 현 정권도 제창했던 것이며 심지어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공약에도 들어있었다. 따라서 진보정당 후보로서의 깃발을 선명하게 내걸려면 다른 정당 후보 공약과 다른 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

[%%TAGSTORY2%%]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져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재벌관련 공약에는 “전문경영인을 근로자들이 선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과연 이럴 때 기업의 규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묻자 그는 우물쭈물했으며, 그 공약과 독일 노사 공동결정제의 차이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물었을 때도, 경선후보답게 대중과 쉽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정리해 보이지 못했다.

지난주 민주노동당 후보들 사이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다른 후보가 “권 후보는 경제에 약하다”고 공격했을 때 그는 적극적으로 반론하지 않았다. “잘 뛰지 못해도 축구감독은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인터뷰에서 짓궂게 이를 건드리자 그는 “결코 경제에 약하지 않으며, 경제문제 총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각론도 갈고 닦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물론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경제지식 경연장이 아니다. 정파의 힘이나 개인의 뚝심에 의해 그가 당내 후보로 선출될 수도 있겠다. 어찌됐든 당의 통합과 실력 향상에도 그가 경륜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김기원 <한겨레> 대선보도자문단장(방송대 교수·경제학)

통일외교정책 살펴보니
선통일-후평화 ‘코리아연방’ 구상 제시
상호인정 당위 강조 ‘통일만능’ 함정도

권영길 경선후보의 통일외교 공약은 ‘통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 질문을 하자 ‘코리아연방공화국’ 구상을 다시금 강조했다. “평화는 대세, 이제는 통일이다”가 권 후보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드러내주는 말이다. 다른 후보와 달리 통일이 이뤄져야 동북아에서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통일이 평화의 결과가 아니라 평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6자회담을 매개로 북-미 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에 대한 합의가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체제의 건설을 촉진할 것이라는 견해다.

권 후보의 통일방안인 코리아연방공화국 구상은 준비기, 이행기, 완료기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준비기(2007-2009년)에는 통일방안을 남북이 공유하고 통일정상회담을 개최한다. 그 다음 단계인 2010년 통일국가인 코리아연방공화국이 출범하고, 3년간의 이행기를 거쳐 2013년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의 통일국가가 완료된다. 각 단계마다 한-미 군사동맹의 해체와 한반도 군비 축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2013년 주한미군 철수가 완료되고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실현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통일외교정책

[%%TAGSTORY3%%]

일단 통일한국이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가지게 될지가 궁금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장단점을 찾아 대안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답이었다. 그러나 코리아연방공화국 구상에는 남북의 경제공동체와 통일기구에 대한 수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통일국가의 정치경제적 형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 만큼이나 북한의 정치경제 체제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권 후보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론만이 있을 뿐이었다.

통일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권력게임’이다. 북이 권 후보의 제안에 응해 올지도 의문이다. 통일은 갑작스레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남과 북 서로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통일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 과연 권 후보가 제안하는 ‘노동자의 세상’을 실현하는 데 얼마나 공헌할지도 의문이다. 어떤 가치를 담는 통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남쪽 내부에서의 합의, 남과 북의 합의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더 절실한 고민이 필요한 듯 싶다.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평화가 반드시 통일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과정에 대한 설계에서 통일기획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통일지향적 평화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도, 평화와 통일을 연계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통일을 통해 남북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통일이 정치지도자의 합의만으로 이루어진다면 지속가능한 통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 평화 없는 통일은 위험하다. 민중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평화는 통일의 하위 범주가 아니다. 권 후보의 통일외교 공약에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시장만능주의’에 버금가는 ‘통일만능주의’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구갑우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북한학)

권영길 후보의 주요 공약
권영길 후보의 주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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