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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직장관 ‘부적절한 처신’ 논란

등록 2007-08-31 20:18

이치범(사진) 환경부 장관
이치범(사진) 환경부 장관
이치범 환경장관 돌연 사의…이해찬 캠프 직행
‘노 대통령, 힘싣기’ 분석에 청와대 “개인적인 결정”
이 후보쪽서 ‘거취’ 먼저 언급 레임덕 문제로 커져

이치범(사진) 환경부 장관이 31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고 민주신당의 이해찬 경선후보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노심’이 깔린 것인지, 아니면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 현상인지를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장관이 현직에서 곧바로 특정 대선주자 캠프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고위공직자의 처신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치범 장관은 이날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퇴임 뒤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라며 “(캠프 합류 문제는) 대통령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장관이 어제(30일) 사표를 냈고, 대통령께도 전화로 사의를 나타냈다”며 “대통령이 곧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의 대선후보 캠프 ‘직행’을 두고는 우선 ‘노심’ 논란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 장관을 이해찬 캠프에 ‘파견’해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미 이 후보 쪽엔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여럿 몸담고 있다. 남영주 전 민정비서관은 조직, 정태호 전 정무비서관은 기획, 김현 전 보도지원비서관은 공보 분야를 각각 맡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노심’으로 보기엔 어설픈 구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는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천호선 대변인은 “노심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우리가 나가라고 한 게 아니라 이 장관이 개인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도 “노 대통령은 장관의 진퇴 문제는 개인 판단을 존중한다는 뜻을 견지해왔다”며 “청와대 뜻과 무관한 이 장관의 개인적 결정”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는 이 장관의 사퇴 수순이 매끄럽지 못한 데 내심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사퇴는 임기말 권력누수(레임덕) 문제와 직결된다. 이 장관 사퇴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전날 이해찬 경선후보와 기자들의 저녁식사 자리였다. 이 후보는 비보도를 전제로 “내일 오후엔 꽤 놀랄만한 현직 한 분이 우리 캠프로 오실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의 거취가 청와대가 아닌 특정 대선주자의 입을 통해 외부에 처음 알려진 셈이다.

청와대는 이 부분을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표 수리 여부나 후임 문제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찬 경선후보가 먼저 이 사실을 꺼내 사태가 커졌다”고 말했다. 자칫 노 대통령과 이 후보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다. 또 현직 장관으로 있다가 특정 대선주자 캠프로 직행하는 게 과연 공인으로서 적절한 처신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후보 캠프에 참여하려면 지난 8·8 개각 때 깨끗이 물러났어야지, 지금 와서 그만두는 건 장관으로서 무책임한 처신이란 것이다.


이 경선후보 쪽은 이치범 장관의 합류를 각별한 인연관계로 설명한다. 이 경선후보 캠프의 김현 공보실장은 “이 후보가 오래 전 서점을 할 때부터 인연을 맺어 워낙 가까운 사이”라며 “캠프 합류는 인간적인 관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신승근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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