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오는 12월 치러지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까지 인터넷 상의 공직선거법 위반건수가 3만3천건을 기록, 이미 2002년 대선의 3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2003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인터넷 상에서 17대 대선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삭제 및 고발 조치된 건수는 모두 3만3천851건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16대 대선에서 적발된 사이버 선거법 위반건수 1만1천456건의 3배 수준으로 향후 대통령 선거일까지 남아있는 기간을 감안할 경우 위반건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역별로는 고발이 4건, 수사의뢰 17건으로 법적 조치를 취한 사례가 총 21건이었고, 경고는 9건, 삭제조치는 무려 3만3천821건에 달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지난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사이버 선거법 위반 사례 가운데 고발 1건, 수사의뢰 47건, 경고 6건, 주의 3건, 삭제 1만1천399건이었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의 경우 올해 3~6월 각 언론사와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출신 치고 대통령 잘했다는 사람 없었다' 등 특정 대선 예비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약 100회 게시해 고발조치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주요 포털의 정치 토론 게시판에서 한 대선 예비 후보에 대해 `나라 말아 먹고도 남을 놈이 틀림없다'는 등의 제목으로 `망국적인 부동산 폭동을 일으킨 날강도. ××'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욕설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14회 게시해 역시 고발조치됐다.

아울러 수사의뢰된 17건 가운데 2건은 동영상UCC(손수제작물)로 나타났다.

해당 게시자는 7곳의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특정 대선 예비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링크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며, 또 다른 게시자는 7곳의 공공기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특정 대선 예비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시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선거법 위반 사례가 급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관련 위반 건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고발, 삭제 등 선관위의 관련 조치 건수는 1월 1천284건, 5월 4천510건, 6월 5천264건으로 증가하다가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7월엔 무려 9천292건으로 급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고발된 사례는 주로 주요 포털의 정치 관련 토론 게시판과 개인 홈페이지에서 특정 정당의 대선예비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내용을 게재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특히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대부분 게재횟수와 관계 없이 수사의뢰 또는 고발 조치됐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온라인 선거법 위반 사례가 급증한 데 대해서는 "16대 대선 때 보다 인터넷의 영향력이 커지고 네티즌의 인터넷 참여도 늘었다"며 "인터넷 언론사 등 정치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늘어나는 등 인터넷 활동 공간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세영 기자 thedopest@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