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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수질악화 대책 부실…강행땐 후유증 심각”

등록 2007-08-28 20:21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해 12월4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경부운하, 한국판 뉴딜인가 망상인가’라는 제목의 시민환경포럼에서 독일 알엠디(RMD)운하와 이명박 전 시장의 경부운하계획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해 12월4일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경부운하, 한국판 뉴딜인가 망상인가’라는 제목의 시민환경포럼에서 독일 알엠디(RMD)운하와 이명박 전 시장의 경부운하계획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7 대선 유권자와 함께 하는 정책검증 ④한반도 대운하
한겨레 대선자문단 총평

경부운하가 대선공약으로 제시될 때, 그 명분은 국민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국가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국운 재창출이었다. 그러나 운하건설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자, 그 명분은 ‘물을 살리기 위한 생명 프로젝트’, ‘물류혁명과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유일한 대안’ 등으로 슬쩍 바뀌었다.

29㎞마다 수중보 설치 물흐름 막아
각종 오염물질 유입돼 식수까지 위협

공약에 따르면, 경부운하는 전체 540km 중 500km 구간에 자연수변을 그대로 둔 채, 준설과 보 등의 설치로 팔당댐 4개에 해당하는 10억톤의 물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강바닥의 오염물질 제거(준설)로 수질을 개선하고, 도로운송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배출을 5분의1로 줄이는 등의 효과도 갖고 있다고 한다.

공약대로 국토환경의 개선 여지가 없지 않다. 그 가능성은 경부운하가 국토환경에 끼칠 영향을 얼마만큼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강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논란이 될 때 마다 이 후보 쪽의 태도가 계속 바뀌는 것으로 봐, 환경에 대한 배려가 충분치 않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부운하는 환경개선보다 환경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공약과 달리, 대규모 선박 운항에 따른 운하 가장자리의 침식을 막기 위해 구불구불한 강길을 직선길로 만드는 직강화와 함께 강둑을 정비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한강과 낙동강은 수로기능만 남고 하천고유의 생태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유량을 확보하기 위해 평균 29km 마다 수중보와 갑문이 들어서면 하천은 정체수역인 호소로 변하고, 여기에 주변의 각종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수질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하천 생태계의 오염을 넘어 국민 2/3가 이용하는 식수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수로건설이나 수심유지를 위해 실시되는 준설은 수중생태계 형성 자체를 어렵게 하고, 나아가 지천과의 하상기울기가 커져 홍수 때 엄청난 토사 유출을 초래하게 된다. 수로 확장으로 수변 생태계가 파괴되고 하류의 범람횟수 증가로 습지 등이 파괴되면서 생물종 다양성 감소가 현저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환경오염이나 생태환경의 파괴란 측면에서 경부운하는 불확실성이 대단히 큰 사업이다. 그러나 현재 제시한 경부운하 공약은 이에 대한 검토와 대책을 충분히 강구하고 있지 않아, 실제 추진되면 그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조명래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대도시 억제책 없는 내륙항구 ‘공허’

생태계 보전 우선한 유역정책 정면으로 거슬러

국토 균형개발 계획인가

조명래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조명래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경부운하건설은 국토개조사업이다. 먼저,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광주·나주·정읍·대구·구미·밀양·문경·상주·충주·여주에 화물과 여객을 수송하는 항구가 개발되고 운하를 따라 산업벨트가 조성되어 지역균형발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국토개발 구상은 60년대 초부터 꾸려온 광역도시권 및 도로망 중심의 기존 국토계획 체계와 어긋난다. 수도권과 같은 대도시 성장관리 없이, 운하 및 내륙항구 건설로 국토균형이 이뤄진다고 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계획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칙으로 하고, 유역권에 대해선 생태적 보전 및 관리를 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운하를 중심으로 하는 내륙 항구 및 산업 개발은 이러한 원칙이나 관리방식과 상충하고 있다. 백두대간 생태계의 골격인 한강과 낙동강은 청계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생태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이용과 관리방식이라는 뜻이다.

공약에서는 경부운하가 관광레저문화산업의 기폭제가 되고 3만불 소득이 가져올 ‘느림의 시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애초 경부운하는 물류혁명을 위한 것이지 관광과 레저를 위한 것이 아니었지만, 최근 이 후보 쪽이 입장을 바꾸면서 ‘관광운하’가 부각되고 있다. 배기형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관광산업 활성화로 총생산 파급효과가 매년 1조4229억원, 총소득 파급효과가 2919억원, 총고용 파급효과가 3만5712명에 이를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바지선들이 다니는 운하에서 갑문과 터널을 거치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40시간 걸려 운항하는 코스에 관광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운하의 나라’ 독일에서도 운하관광은 대단히 미약할 뿐 아니라 국내 대표적인 유람선사업인 충주호 유람선 관광사업도 투자대비 수익률이 은행이자 수익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약에서 말하는 ‘느림의 시대’, ‘느림의 생활’은 도시와 같은 스케일에서 추구되는 것이지, 국토 전역에서 추구되는 스케일이 아니다.

또 경부운하는 내륙 물길을 이어 국민통합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운융성을 도모할 국토개조사업이라 한다. 운하 하나로 국운융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 의미가 십분 이해되면서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가령 경부운하를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총물동량은 1020만9천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2500톤급 선박과 350으로 나누면, 하루 11.7척이 경부운하를 다니게 된다. 고작 12척이 운항하는 것으로 4만불 시대를 열고, 국운을 재창출할 국토를 만든다고 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조명래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타당성 연구보고서 결과 ‘제각각’
20조 넘는 사업비, 수익구조 불안정

경제성 있나

경부운하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가령 1995년 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은 운하를 만들어 50년간 사용하면, 편익/비용 비율(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음)이 무려 5.4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1998년 국토개발연구원이 수자원공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조사에서는 편익/비용 비율이 0.323에 불과해 경제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2006년 대선공약으로 경부운하건설을 제안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국내외 학자 60~70여명이 10년간 기술적 검토를 마쳤고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국책연구기관이 내린 ‘경부운하 건설의 타당성 결여’란 그동안의 결과를 번복시킬 어떠한 증거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 뒤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운하건설로 총편익 37.5 조원, 총비용 16.3조원으로 계산해 편익/비용 비율이 2.3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계산법에는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되었다. 그래서 비용편익 항목들을 조정해 총 8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한 홍종호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경부운하의 편익/비용 비율은 0.05~0.28에 불과해 막대한 손해를 낳게 된다고 한다. 찬성과 반대 쪽에서 제시하는 경부운하의 편익/비용 비율은 이렇듯 0.05에서 2.3으로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경부운하의 경제성은 대단히 취약하다. 총사업비만 하더라도 16조원이 들것으로 주장하지만, 빠져 있는 △유지관리비용 △홍수피해비용 △생태계파괴비용 등을 계산하고, 또한 △암반 위의 수로 굴착비 △공기연기에 따른 비용 등을 포함하면, 사업비는 2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반면, 경제성 있는 골재 부족으로 예상 수익금의 반감, 철도수송이나 연안수송에 비해 경쟁력 떨어지는 운하수송에 대한 수요부족으로 수익금의 감소, 독일운하 사례에서 드러나듯 실질적인 고용창출의 부족 등으로 편익은 실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대책이 있지 않으면, 경부운하는 경부고속철도나 새만금과 같은 국책사업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조명래 한겨레 대선보도자문위원

이후보 ‘대운하’ 관련 말·말·말

■ “현재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물류비용이 부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것보다 조금 더 비싼 것으로 나온다.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엄청난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수자원 확보, 미래 레저산업 기반 구축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9월28일, 〈국민일보〉 대담

■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내륙에 주요 하천이 흐르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바다와 강을 경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러한 바다와 강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은 한반도 국가경쟁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될 것이다.”

2006년 8월17일, 운하 정책탐사 시작하며

■ “오랫동안 검토한 것을 11년째 국민소득 1만~1만5000달러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놓은 것이다. 운하건설로 갈라진 민심을 잇고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 국민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2006년 11월13일 한반도 운하 심포지엄 축사

■ “국민은 동의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너무 강하다.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잘 살고,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을 막는 나라로 만들겠다. 수질을 좋게 하고 항상 좋은 물이 흐르는 환경을 살리기 위해 한반도 대운하를 하는 것이다. 국지적이고 아주 작은 문제를 놓고 ‘수익-편익지수’가 어떻느니, 생태를 파괴하느니 하면서 사실과 다르고 매우 마이크로한 문제를 갖고 고민한다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없다.”

2007년 6월17일, 한반도 대운하 언론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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