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손잡기·당직 인선…발등의 불 산적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보냈다. 지난 20일 경선을 치르자마자 캠프 해단식과 당 현황 청취 등으로 바빴던 이 후보는 25~26일 이틀간 특별한 공식 일정 없이 가족·지인들과 휴식을 취했다. 26일에는 시내 한 테니스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온 테니스 동호회원 7명과 팀을 이뤄 세시간 가량 테니스를 쳤다. 이 후보가 테니스를 친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여 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서 맞은 그의 첫 주말은 ‘정중동’의 휴식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협력, 당 대선 체제 정비 등 굵직한 과제들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우선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향후 당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첫번째 인사인만큼, 당 안팎의 관심이 높다. 비서실장에는 권오을·남경필·임태희 의원 등이, 사무총장에는 권철현·이윤성·이방호 의원 등이 각각 거명된다.
인선은 이르면 27일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측근들은 “이 후보의 인사 스타일상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부인이나 마찬가지였던 이 후보로서는 당과의 융합도 시급한 일이다. 이 후보는 비서실장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박 전 대표 쪽과 접촉을 시도할 예정이다. 30~31일에는 지리산에서 열리는 의원단 워크숍에 참석해 국회의원·당직자들과 하룻밤을 지내면서 친밀도를 높일 예정이다. 이 후보가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우선 당 화합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선 후퇴론’을 놓고 논란이 됐던 이재오 최고위원의 선택도 관심사다. 박 전 대표 측근들은 이 최고위원이 이 후보 곁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을 화합의 최소 조건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와 이 최고위원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이 최고위원은 직책과 상관없이, 지금까지 해왔듯 이 후보를 실질적으로 도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군현·진수희 의원, 산악인 엄홍길씨 등과 함께 이틀간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이날 밤 귀경했다.
이 후보는 이번주 김대중·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을 예방할 예정이다. 언론사 방문도 잡혀 있다.
이 후보는 9월 초에는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국의 주한대사들을 면담하고, 추석 전 미국 방문 및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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