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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DJ, 민주신당에 손 들어줘 ‘대통합 후보’ 힘싣기

등록 2007-08-25 10:13

“민주당 노선 이탈” 발언 파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정통 논쟁에서 사실상 민주신당 손을 들어줬다. 예민한 문제다. 범여권이 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두 리그로 나뉜 채 정통성 논쟁을 벌이며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노선 이탈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두 가지다. 지난해 북한 핵실험과 최근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햇볕정책을 부인했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인식이다.

실제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북핵 실험 직후인 지난해 10월19일 “북한에 아무리 햇볕을 쪼여도 고맙다는 말을 못 듣고 있다. 북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한미동맹 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 전 대표의 이 말은 민주당의 햇볕정책 부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환영 논평을 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순형 의원은 정상회담의 시기와 형식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대북송금 특검 등은 질타
2개로 나뉜 범여권 경선 영향줄 듯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당이 아니라 일부 지도자를 언급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아니라 일부 정치인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지도자’는 최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던 조순형 의원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간을 살펴보면 김 전 대통령이 단순히 조 의원만을 겨냥한 발언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일부 지도자들이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이러는 데 대해서 왜 분명한 얘기를 못 하느냐”고 민주신당을 질책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신당에 합류한 열린우리당 전직 지도부에 대한 질책성 발언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신당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조언 차원에서 이런 얘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개혁 세력 정통성 논쟁에서 민주신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합 문제를 놓고 조건 없는 대통합을 주문하며 민주신당을 지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얘기를 꺼내면서 “밖에 알려지지 않는 게 좋겠다”며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한다. 자신의 의중을 일부러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당, 1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대북송금 특검, 안기부 엑스파일 문제를 차례로 거론하며 열린우리당이 했던 행보도 매섭게 꾸짖었다.

민주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신당과 민주·개혁 세력의 적통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구석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김 전 대통령과 전면적인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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