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를 일본어로 번역, 출간한 야라 도모다케 후지텔레비전 프로듀서를 만나 책을 건네받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보안법·NLL 합의땐 차기정권 이월 우려
대선에 영향 끼칠 가능성도 커 ‘견제구’
대선에 영향 끼칠 가능성도 커 ‘견제구’
이명박, 연일 정상회담 비판 발언 속뜻은?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분명히 안 하고 잔뜩 합의해올까 걱정된다.”(8월21일)
“정상회담에서 대선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을 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22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연일 남북 정상회담에 비판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애초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기왕 하기로 했으니 제대로 해야 한다”며 당의 강경 기조와 다른 태도를 보였던 점에 견줘보면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정상회담이 10월 초로 연기됐다는 발표가 나온 뒤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 후보 측근인 박형준 의원은 “이 후보는 여전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바란다”며 “다만 개최 시기가 10월로 늦어진 만큼 우려사항을 강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 발언이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뜻으로 확대 해석되는 걸 경계한 것이다.
이 후보의 최근 발언들은, 정상회담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강한 경고와 압박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조언해온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경선기간 중의 ‘8월 정상회담 개최’와, 야당 대통령후보가 된 상황에서의 ‘10월 개최’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회담 연기사유엔 북한 수해 외에 다른 정략적 요인도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정권 탈환 임무를 넘겨받은 후보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경제협력이나 통일방안, 국가보안법, 서해 북방한계선 등의 문제에서 합의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노 대통령의 합의사항을 떠안아야 한다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경제협력을 한다’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남성욱 교수는 “12월 대선 이후에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승계할지 말지를 놓고 자칫 남남 갈등이 생겨 다른 국정과제 추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북한과 무리한 합의를 하지 말라’는 압박이라는 것이다.
10월 정상회담 내용과 성과가 12월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도 이 후보는 경계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21일 “이번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평화 대 전쟁불사당’으로 몰릴까봐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여론을 거스르며 회담 자체를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못마땅해하는 시각이 계속 정상회담 경고발언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 진영 일부에선 최근 발언들이 이 후보의 ‘보수’ 이미지를 강화시킬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의 색깔과 기능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기존 한나라당 틀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는 이 후보의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는 것이다. 이 후보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측근들의 주문은 일정 부분 이런 우려를 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이 후보의 비판 발언 수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지만, 자칫 이 후보의 강점인 ‘유연함’을 훼손할 수 있다는 고민 또한 더할 것으로 보인다.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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