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오충일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김덕규 국민경선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신용평가정보빌딩에서 열린 국민경선 선거인단 콜센터 개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손학규-정동영, 모바일 투표·여론조사 방식 대립
친노주자들 ‘선거인단 대리접수’ 부정방지책 요구
친노주자들 ‘선거인단 대리접수’ 부정방지책 요구
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21일부터 55일간의 장정에 들어갔다. 본경선에 나설 후보를 걸러내는 예비경선(컷오프) 후보 등록이 이날 시작됐고 ‘국민경선 선거인단 콜센터’도 설치됐다.
그러나 들머리부터 경선 규칙을 둘러싼 주자간 기싸움이 뜨겁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노리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모바일 투표 도입 여부 등을 놓고 물밑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 주자 4인방은 이날 선거인단 대리접수 과정의 부정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내며 반발하고 나섰다.
예비경선에서 일찌감치 대세를 굳히려는 손 전 지사 쪽은 선거인단이 휴대전화로도 투표를 할 수 있게끔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자는 태도이다. 손 전 지사 쪽 정봉주 의원은 “다른 주자들은 모두 모바일 투표에 찬성하는 데 ‘조직표’에 강하다고 생각하는 정 전 장관 쪽만 유독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 전 장관 쪽 정청래 의원은 “대리투표와 공개투표에 따른 위헌 시비에 답을 달라는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본경선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할 것인지도 핵심 쟁점의 하나다. 손 전 지사 쪽은 “선거인단도 대부분 당원이다. 일반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려면 여론조사를 50% 반영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 전 장관 쪽은 “여론조사를 하지 말자고 200만~300만명씩 투표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왜 여론조사를 포함시키냐”고 맞서고 있다.
민주신당은 양쪽 갈등에 대한 중재안으로 모바일 투표는 10%만 반영하고, 본경선 여론조사 문제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신당 간부는 “정 전 장관 쪽이 모바일 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손 전 지사 쪽도 국민 선거인단에 여론조사까지 하게 되면 사실상 이중투표가 된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사안은 서로 연계돼 있어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신기남 의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친노 주자 4명은 “대리접수 과정의 부정행위 금지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한 접수를 중단하고, 1인당 대리접수도 5명 이내로 제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후보 등록을 미루기로 했다. 민주신당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주자간 쟁점이던 대리인 접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서둘러 발표한 바 있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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