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최종 개표작업이 진행된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선관위 개표사무원들이 표를 세는 곁에서 각 후보의 참관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도곡동 땅 차명’ 검찰 발표 뒤 위기론 먹혀
보수성향 박후보 지지층 결집, 막판 대추격
보수성향 박후보 지지층 결집, 막판 대추격
1.5%P차 초박빙 왜
이명박 후보 8만1084표, 박근혜 후보 7만8632표. 표차 2452표.
2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개표 결과는 그야말로 초박빙이었다. 양쪽은 이날 개표를 앞두고 발표한 마지막 예상 득표치에서 모두 7~11%포인트 차의 여유있는 승리를 주장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왜 이렇게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렸을까?
①‘불안한 이명박’론 확산=우선 박 후보 쪽이 이 후보를 표적으로 제기해온 ‘불안한 후보’, ‘중도 낙마설’ 등이 일반 국민보다 대의원과 당원 사이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 쪽은 경선 막판 검찰의 ‘도곡동 땅 차명의혹’ 중간수사 발표 이후 “이 후보는 본선에 나가서도 낙마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이 주장은 대선에서 2번이나 지고 10년 동안 야당 생활을 해온 대의원과 당원에겐 상당한 위기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검찰 수사 발표로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박 후보 쪽의 ‘이명박 필패론’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막판 개표가 34개 광역 단위로 섞여 진행되면서 익명성을 얻은 대의원, 당원들이 당협위원장(옛 지구당위원장)의 성향과는 다르게 소신투표를 하거나 막판 선택을 하기가 쉬워진 면도 있다.
[한나라당 경선] 이명박 선출, 박근혜 “백의종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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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보수 성향의 숨은 표 표출=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보수층이 대거 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경북과 대구 지역 투표율이 각각 90.2%와 79.0%로 전국 평균 투표율인 70.8%를 훨씬 웃돌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또 국민참여선거인단 가운데 보수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구성비가 60%에 이르렀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50대 이상의 구성비가 훨씬 높은 국민참여 선거인단이 대거 박 후보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2년3개월 동안 당 대표를 지낸 박 후보와 사상이 비슷하고 정서적 연대감도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심은 박근혜를 택했고, 민심은 이명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③위력 떨친 막판 ‘박풍’=선거 막판 때면 늘 위력을 발휘해온 박 대표의 대중 동원력이 이번 선거에서도 발휘됐다는 평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조직력 만큼 충성심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충성도 높은 박 후보의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마지막날 수세에 몰린 박 후보가 ‘그동안 당을 구하고 함께 고생한 사람이 누구냐. 당원이 혁명을 일으켜 달라’고 한 호소가 상당수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후보에 대한 연민 등으로 실제 투표에서는 2등에게 표가 몰리는 이른바 ‘언더독’ 효과를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 이명박 2452표 1.5%p 차, 진 쪽도 이긴 쪽도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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