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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백의종군” 관망…조건부 협력-‘새 기회’ 엿볼 듯

등록 2007-08-20 19:07수정 2007-08-21 15:03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news.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news.hani.co.kr
박근혜의 선택은

20일 오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근혜가 이겼다’는 소식이 미리 흘러나왔다.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의 공식 발표가 있기 1시간30분 전부터 기자석과 대의원석이 술렁댔다. 이명박 후보 참모들의 입에서 “박근혜 대단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선거인단 투표 승리는 그가 한나라당의 ‘주인’임을 확인시켜 줬다는 의미가 있다.

관심은 박근혜 후보의 연설에 온통 쏠렸다. 박근혜 후보가 승복하지 않으면 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박근혜 후보는 담담한 목소리로 ‘패배 연설’을 했다. 짤막했다.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 핵심 요지였다.

깨끗한 승복이다. 그런데 좀 모호한 구석이 있다. ‘백의종군’이란 단어 때문이다. 백의종군은 “아무런 직위를 맡지 않겠다”는 겸양의 뜻도 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달라는 요구는 일단 거절한 셈이다.

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가 ‘순항’ 시금석
당내 지분-대선 협력 ‘역제한’ 가능성
이 후보 지지율 흔들리면 ‘교체론’ 불거질 수도

한나라당 경선 이후 예상 시나리오
한나라당 경선 이후 예상 시나리오


그는 대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측근들은 “당분간 당내에서 조용히 정세를 관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후보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보면, ‘협력’과 ‘재도전’, 두 가지가 있다.

‘협력’은 이명박 후보를 돕는 조건으로 확실한 당내 지분을 요구하는 방안이다. 당권이나, ‘차차기’ 대선 후보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명박 후보는 당내 기반이 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박근혜 후보가 ‘조건부 협력’을 요청하면 외면하기가 어렵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서는 길도 있지만, 정치에서는 비현실적인 전망이다.

‘재도전’의 길도 있다.

당내에서 관망하다가 기회가 오면 이명박 후보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방안이다. 사실상 ‘대결’의 길이요, ‘불복’의 길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 후보를 ‘불안한 후보’라고 공격했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후보 교체론을 제기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검찰의 ‘비비케이 사건 수사 재개’, ‘범여권의 총공세’ 등 이 후보가 위기에 몰릴 수 있는 계기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물론 이 후보가 무너지지 않으면 기회는 사라진다. 자칫하면 거꾸로 박 후보가 몰락할 위험이 있다.

그의 ‘선택’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2007년 대선구도 전체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즉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을 보아가며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앞으로 당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후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천무효’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거셀수록 그의 힘도 커지게 되어 있다. 경선 승자는 이명박 후보인데, 선택의 폭은 박근혜 후보가 더 넓어졌다. 이상한 국면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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