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처럼 검증이슈 덮어’ 박캠프쪽 “고약한 상황”
2차 남북정상회담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8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발표되자 박근혜 경선후보 쪽은 대체로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 쪽은 다소 복잡한 표정이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박 후보 쪽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후보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하고 “고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쪽은 전날 이 후보 쪽이 박 후보 흠집내기를 위해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정치공작’ 논란이 검증 공방을 재점화시켜주길 기대했던 박 후보 쪽으로선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처럼 검증 이슈를 잠재울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명박캠프쪽 “경선엔 이롭지만 본선에선 범여권에 유리한 구도라 불리”
이 후보 쪽은 득실계산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이 후보 쪽 한 인사는 “경선엔 이로운 일이지만, 본선에선 정상회담이 범여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어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이슈가 터지면 그 회오리에 잠시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이 후보의 검증 문제를 덮어버리는 효과가 있다”며 “이 후보가 운이 좋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민컨설팅 대표)씨도 “이전투구식 싸움이 잠잠해지면, 추격자인 박 후보가 득될 것이 없다. 물밑 조직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지난해 10월 북핵 위기 때 지지율이 45% 이상으로 치솟은 것과 같은 ‘수혜’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박성민 대표는 “매우 당황스런 일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남자’의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선호하게 된다. 북핵위기는 국민들이 처음 겪어본 일이라 많이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별로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며 “남자라는 이유로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 쪽에선 이번 정상회담에 반발해 보수층이 똘똘 뭉칠 경우 의외로 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희망도 품고 있다.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보수층에선 저쪽(청와대와 범여권)이 정상회담 카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경계심이 퍼져나갈 것”이라며 “이에 대해 더 확실한 입장을 가진 박 후보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