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위원회 ‘선호도’ 묻기로 결정
박 캠프,표결 않고 퇴장
박 캠프,표결 않고 퇴장
한나라당 경선에서 전체 투표수의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 설문 문항이 ‘후보 선호도’를 묻는 쪽으로 2일 결정됐다. 그러나 ‘지지도’ 조사를 주장해온 박근혜 후보 쪽은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거세게 반발해, 19일 경선을 앞두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이명박은 ‘선호도’, 박근혜는 ‘지지도’=한나라당은 이번 경선에서 대의원(20%·4만5717여명), 당원(30%·6만9496명), 일반국민(30%·6만9496명) 등 모두 18만4709명이 참가하는 실제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4만명분(20%)으로 환산한 수를 더해 1위 후보를 결정짓는다. 선거인명단이 공개되는 실제 투표와 달리 여론조사는 ‘동원’이 불가능하므로,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은 자신들에게 좀더 유리한 ‘규칙’을 정하기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여왔다.
당 경선관리위 산하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위원장 강용식)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후보 지지도’ 문항과 ‘선호도’를 묻는 문항을 놓고 표결에 부친 결과 8 대 3으로 ‘선호도’ 문항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다수가 찬성한 안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다음 네 사람 중)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이명박 후보 쪽은 이런 내용의 후보 선호도 조사를 요구한 반면, 박 후보 쪽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지지도 조사를 요구해왔다.
이·박 모두 “양보 못해”=이 회의엔 박근혜 후보 쪽 대리인인 김준철 여론조사단장이 참석했으나, 대다수 위원들의 의견이 ‘후보 선호도’ 쪽으로 흐르자 이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박 후보는 이 사실을 보고받고 “상식적으로 어긋난다. 선진국에서는 지지도 조사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사덕 캠프 선대위원장은 캠프 의원들에게 “이 후보가 배짱을 부릴 때마다 물러서면 어떻게 경선을 치르냐. 경선이고 뭐고 다 치우라”고 격노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 “당의 공정경선 관리 의지가 이처럼 훼손된다면 우리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경선 불참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명박 후보 쪽은 “이번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경선 시기, 경선규정 논란 등에서 매번 양보를 해왔는데 뭘 또 양보를 하냐”고 말했다.
박근혜 강경카드 왜?=당내에선 박 후보 쪽이 ‘경선 불참’이란 배수진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실제로 여론조사 문항 문제를 갖고 판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두 후보의 감정 대립이 워낙 격화돼온 터라, 이번 여론조사 갈등이 막판 선거전을 뒤흔들 만한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으론, 경선관리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경선관리위는 3일 오전 여론조사전문가위원회의 결정을 최종 확정짓는다. 경선관리위 대변인인 최구식 의원은 “전문가들은 전문가 수준에서, 우리는 우리대로 결론을 내린다. 의견이 안 모아지면 연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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