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총장의 ‘지지’ 논란 -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이 후보 왼쪽) 등 ‘지식인 1000인 지지 선언’ 회견에 참석해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지지선언 ‘하고 또 하고’ 재탕
이- ‘지식인 1천인’ 발표…5월 공개‘자문교수단’ 270명 중복
박- ‘포럼 동서남북’ 주요인사 2월 ‘한강포럼’ 창립 때 참여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이 세불리기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이미 자문그룹이나 지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이 다시 지지선언을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 캠프는 29일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 총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1016명의 명단이 포함된 ‘지식인 1천인 이 후보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교수 및 교육계 인사 643명과 법조계 54명, 의·약계 152명, 언론 및 문화·체육계 인사 83명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들 명단을 분석한 결과,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과 전달출 한국유네스코 명예회장, 신극범 전 한국교원대 총장, 강민수 제주대 교수회장 등 무려 270여명이 5~6월 이 후보 캠프가 발표한 400여명의 ‘자문교수단’ 명단에 이미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은 16일에 이미 이 후보 상임특보로 임명됐다. ‘재탕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에, 이 후보 쪽은 “정책자문을 하면서도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책자문단과 지지선언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특히 구양근 총장의 지지선언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학교를 책임진 사람의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은, 다른 정치적 의사를 가진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 더구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편에서 ‘총장이라고 지지선언을 못 하느냐’고 하는 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형식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총장은 “지지선언을 하기 전에 이 후보 캠프의 변호사들로부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총장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 쪽도 ‘재탕 지지선언’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 29일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포럼 동서남북’ 회장 최회원씨를 비롯한 주축 회원들은 이미 올해 초에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인사들이다. 최 회장을 비롯한 김창대, 성기철, 이대용, 이윤선, 이준형씨 등은 2월 한강포럼 창립식에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그때 자신들이 유신 반대 학생운동을 벌이다 위수령 발동으로 제적된 인사들의 모임인 ‘71동지회’ 회원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71동지회’의 핵심 인사는 “최씨 등이 지난 2월 박 후보 지지선언을 할 때 ‘71동지회’를 팔지 말라고 이미 얘기했다”면서 최씨 등의 행동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지난 6월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원길 전 복지부 장관도, 7월23일 민주정우회장 자격으로 ‘재탕’ 지지선언을 했다. 박 후보 진영 내에선 “특정인사가 주도하는 모임은 이름만 여러 개일 뿐 회원들의 2/3가 같은 사람들”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중립을 표방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쪽 진영의 절박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같은 인사들이 ‘무늬’만 바꿔 중복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세 싸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박- ‘포럼 동서남북’ 주요인사 2월 ‘한강포럼’ 창립 때 참여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이 세불리기 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이미 자문그룹이나 지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들이 다시 지지선언을 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 캠프는 29일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 총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1016명의 명단이 포함된 ‘지식인 1천인 이 후보 지지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교수 및 교육계 인사 643명과 법조계 54명, 의·약계 152명, 언론 및 문화·체육계 인사 83명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겨레>가 이들 명단을 분석한 결과, 김기택 전 영남대 총장과 전달출 한국유네스코 명예회장, 신극범 전 한국교원대 총장, 강민수 제주대 교수회장 등 무려 270여명이 5~6월 이 후보 캠프가 발표한 400여명의 ‘자문교수단’ 명단에 이미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구양근 성신여대 총장은 16일에 이미 이 후보 상임특보로 임명됐다. ‘재탕 발표’가 아니냐는 지적에, 이 후보 쪽은 “정책자문을 하면서도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책자문단과 지지선언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특히 구양근 총장의 지지선언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학교를 책임진 사람의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은, 다른 정치적 의사를 가진 교수들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 더구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편에서 ‘총장이라고 지지선언을 못 하느냐’고 하는 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형식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총장은 “지지선언을 하기 전에 이 후보 캠프의 변호사들로부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총장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71동지회’ 짖 논란 -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최회원 회장(박 후보 오른쪽) 등 ‘포럼 동서남북’ 회원들의 지지선언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지난 6월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원길 전 복지부 장관도, 7월23일 민주정우회장 자격으로 ‘재탕’ 지지선언을 했다. 박 후보 진영 내에선 “특정인사가 주도하는 모임은 이름만 여러 개일 뿐 회원들의 2/3가 같은 사람들”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중립을 표방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양쪽 진영의 절박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같은 인사들이 ‘무늬’만 바꿔 중복 지지선언을 하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세 싸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성연철 기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