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거래 일지
김만제 전 회장, ‘도곡동 땅’ 어디까지 개입?
포스코 전 임원 “사전검토 기록 없어”
청탁받고 매입 드러날 땐 ‘도덕적 책임’ 김만제 전 포항제철(현재 포스코) 회장이 지난 1998년 감사원 특별감사 때 “도곡동 땅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문제의 도곡동 땅 매입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의 포철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김 전 회장은 95년 포스코개발의 도곡동 땅 매입 경위를 당시 포철 투자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김광준 상무한테 보고받아 알게 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씨라는 것도 김 상무한테 들어, 감사 실무자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감사원의 질문은 여기서 그쳤다. 결국 감사원 자료만 보면, 김 전 회장은 포스코개발이 도곡동 땅을 ‘부적절하게’ 매입한 책임에서 벗어난다. 감사원은 대신 땅 매입과 사업 추진 담당 실무자 두 명만 징계하도록 포철에 통보했다. 땅 매입과 개발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였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포스코개발이 실무자들의 잘못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무리하게 땅을 사서 놀리는 바람에 300여억원의 투자비가 장기간 묶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스코개발의 땅 매입이 순수하게 실무 차원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의문은 김 전 회장이 지난 6월7일 한나라당의 박종근 의원, 서청원 전 의원 등과 함께한 골프 회동이 풀어준다. 서 전 의원이 전한 대로, 김 전 회장이 “이명박씨가 나를 세 차례나 찾아와 도곡동 땅은 실은 자기 땅인데 사달라고 했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감사원의 포철 감사는 부실 감사가 된다. 포철 계열사 실무부서에서 사업 목적으로 도곡동 땅을 산 게 아니라, ‘모기업 회장이 청탁을 받고 계열사에 무조건 땅을 매입하도록 지시’하는 시나리오가 더 신빙성이 있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전 포스코 고위임원은 “김 전 회장 재임 때 몇백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면 반드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내부 절차를 거쳐 기록을 남겨 뒀거나 아니면 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도곡동 땅 매입 건은 사전 검토 기록이 전혀 없는 점을 봐서 회장 지시가 아니고서는 결정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땅 매입을 지시했다면 이는 대표이사의 의무를 어기고 배임을 한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이 도곡동 땅 매입의 진실을 밝힐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지금은 김 전 회장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이사가 회사에 끼친 손실이 5억~50억이면 공소시효를 7년, 50억원 이상은 10년으로 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도곡동 땅에 얽힌 의혹들이 밝혀지면, 김 전 회장이 도덕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빈 홍대선 기자 sbpark@hani.co.kr
청탁받고 매입 드러날 땐 ‘도덕적 책임’ 김만제 전 포항제철(현재 포스코) 회장이 지난 1998년 감사원 특별감사 때 “도곡동 땅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문제의 도곡동 땅 매입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의 포철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김 전 회장은 95년 포스코개발의 도곡동 땅 매입 경위를 당시 포철 투자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김광준 상무한테 보고받아 알게 된 것으로 나와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이씨라는 것도 김 상무한테 들어, 감사 실무자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감사원의 질문은 여기서 그쳤다. 결국 감사원 자료만 보면, 김 전 회장은 포스코개발이 도곡동 땅을 ‘부적절하게’ 매입한 책임에서 벗어난다. 감사원은 대신 땅 매입과 사업 추진 담당 실무자 두 명만 징계하도록 포철에 통보했다. 땅 매입과 개발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였다. 특히 감사원은 당시 포스코개발이 실무자들의 잘못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무리하게 땅을 사서 놀리는 바람에 300여억원의 투자비가 장기간 묶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스코개발의 땅 매입이 순수하게 실무 차원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의문은 김 전 회장이 지난 6월7일 한나라당의 박종근 의원, 서청원 전 의원 등과 함께한 골프 회동이 풀어준다. 서 전 의원이 전한 대로, 김 전 회장이 “이명박씨가 나를 세 차례나 찾아와 도곡동 땅은 실은 자기 땅인데 사달라고 했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감사원의 포철 감사는 부실 감사가 된다. 포철 계열사 실무부서에서 사업 목적으로 도곡동 땅을 산 게 아니라, ‘모기업 회장이 청탁을 받고 계열사에 무조건 땅을 매입하도록 지시’하는 시나리오가 더 신빙성이 있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전 포스코 고위임원은 “김 전 회장 재임 때 몇백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었다면 반드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내부 절차를 거쳐 기록을 남겨 뒀거나 아니면 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도곡동 땅 매입 건은 사전 검토 기록이 전혀 없는 점을 봐서 회장 지시가 아니고서는 결정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땅 매입을 지시했다면 이는 대표이사의 의무를 어기고 배임을 한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이 도곡동 땅 매입의 진실을 밝힐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지금은 김 전 회장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은 이사가 회사에 끼친 손실이 5억~50억이면 공소시효를 7년, 50억원 이상은 10년으로 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도곡동 땅에 얽힌 의혹들이 밝혀지면, 김 전 회장이 도덕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순빈 홍대선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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