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부인·동문서답
19일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는 의혹을 되레 키운 부실 답변들이 적지 않았다. 청문위원들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며 캐물어도 후보들이 막무가내로 부인하거나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2001년 비비케이(BBK) 금융 사기사건 피해자인 (주)심텍이 소송을 제기하며 자신의 재산에 가압류를 신청하자, 김경준씨에게 친필로 서명한 서류(<한겨레> 6월11일치)를 보내 대응방안을 협의했던 까닭을 묻는 질문에 “서명도 그렇고, 내가 쓰는 (서류)양식도 그렇고 조금 의문이 든다”며 문서 자체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보도 당시 이 전 시장 쪽은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만 했을 뿐 문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김경준씨가 주가조작으로 소액투자자 5200여명에게 피해를 입힌 뒤 돈을 떼어먹고 미국으로 도망가면서도 유독 이 후보와 관련이 있는 대규모 투자자의 돈은 대부분 갚고 간 것은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돈을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은 올바른 질문이 아니다. 그만큼 돌려줬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문위원의 질문 의도와는 방향이 빗나간 엉뚱한 답변이었다. 비비케이의 대규모 투자자 17명 대부분이 고려대 동문이라는 지적에 이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고대 나온 사람이 범죄 저지르면 이명박과 다 관련 있느냐”고 맞받았다. 처남 김재정씨에게 넘긴 충북 옥천 땅에 대해 이 후보는 “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부득이 사주었다”고 답변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마을 산이라서 안 팔려고 했는데 ‘주변 땅은 다 팔렸다’고 해서 주민투표 끝에 산을 팔았다. 마을회관을 짓기 위해 산을 판 것이 아니라, 산을 판 돈이 생겨서 마을회관을 지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현지 주민들의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이다.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답변에서도 석연찮은 대목이 눈에 띈다. 검찰과 중앙정보부가 최씨의 많은 비리를 밝혀낸 사실에 대한 검증위의 자체 확인 결과에 대해, 박 후보는 “아버지는 결코 그런 것을 용서하거나 용납하거나 적당히 봐주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듣고 적당히 덮으라고 할 분이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우겼다. 검증위가 문서로 확인한 부분에 대해 박 후보는 추정을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강변했다. 청문위원인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을 지낸 선우련씨의 비방록을 소개하며 최씨의 비리를 거론하자 박 후보는 “그 비망록 자체가 이상하다.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해서 전부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록 자체의 신빙성을 부정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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