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나라당 경선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9일 대선 공약인 ‘서민을 살리는 조세개혁’ 방안을 내놓았지만, 서민보다는 부동산 보유자를 위한 감세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후보의 조세정책 중 부동산 분야를 보면, 공시지가 6억원(시가 8~9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재산세·자동차세 등과 묶어 ‘재산보유세’(지방세)로 통합하는 안이 주목된다. 이 후보 쪽은 “종부세의 근간은 유지한다”고 했지만, ‘종부세’라는 세목 자체가 사라져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방 정부에게 나눠주는 용도로 쓰이는 종부세가 지방세로 통합되면, 재정 여건이 나은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 격차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수도권에는 종부세 납부 인원의 94%가 집중돼 있다. 이 후보는 또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도 언급했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종부세를 내는 세대는 전체 세대 수의 2.1%다.

종부세의 가장 큰 특징인 ‘세대별 합산’이 세목 변경 이후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이 후보 조세공약에는 들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전국에 공시지가 6억원짜리(시가 8~9억원) 집 5채를 각 지방자치단체에 한 채씩 갖고 있다면, 현재는 합산액 30억원을 과표로 종부세 2560만원, 재산세 724만원 등 연간 총 4165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그러나 합산이 지방정부별로 이뤄지면, 6억원에 대한 낮은 세율을 각각 적용받아 종부세 없이 재산세 124만원 등을 5개 지방정부에 분산 납부해 연간 총 보유세가 969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양도소득세에 대해 연평균 차익을 합산하는 연분연승식 적용 방안도 비판받고 있다. 10년 전에 산 아파트의 양도차익이 8억원이라면, 현재는 높은 누진세율(36%)을 적용받아 약 2억7천만원을 양도세로 물지만, 연분연승식을 도입하면 약 1억7천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회계사)은 “연분연승식은 퇴직금에 적용된다”며 “오랜 기간 근로한 대가로 받는 퇴직금과 불로소득인 양도소득에 같은 구조를 도입하는 건 무척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인 노회찬 의원도 10일 논평을 내 “이 후보의 감세안은 이 후보 본인을 포함한 대한민국 1%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부동산 갑부인 이 후보 본인에게도 10억원 가까운 감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 후보의 조세 정책에 대해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캠프의 윤건영 의원은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은 세목을 통합하더라도 당분간 유지할 것이고, 양도세 연분연승식 적용은 장기보유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또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보유세는 우리 경제에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