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언론보도 전에 자문교수가 입수”
한국수자원공사 고위간부가 유출한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서’는 언론에 보도되기 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에 먼저 전달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부운하 보고서 유출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은 이날 “37쪽짜리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6월4일) 되기 전인 5월3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에 보고서의 존재가 먼저 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밝힌 보고서 유출 과정을 보면, 한국수자원공사 김아무개(55) 본부장이 지난 5월25일 같은 대학원을 다녀 알고 지내던 결혼정보업체 대표 김아무개(40)씨에게 보고서를 건넸다. 김씨는 서울대 ㅂ 교수가 보고서에 관심을 보이자 이튿날 복사본을 넘겨줬고, ㅂ 교수는 5월31일 오전 11시께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승민 의원에게 이 보고서 존재를 알렸다. ㅂ 교수는 박 전 대표 캠프의 정책자문위원회 행정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보고서 존재를 확인한 유승민 의원은 같은 날 오후 2시 “정부에서 경부운하 타당성을 검토한 문건이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결혼정보업체 대표인 김씨는 또 평소 알고 지내던 <이코노미스트> 기자에게도 접근해, 5월28일 보고서를 넘겨줘 기사화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어떤 목적으로 보고서를 ㅂ 교수 등에게 넘겼는지와 윗선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보고서를 유출한 김 본부장과 이를 박 전 대표 캠프 쪽에 건넨 김씨에 대해, 수자원공사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ㅂ 교수도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