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 올림픽홀에서 열린 ‘선진평화연대 창립대회’에 참석해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상임고문 추대 손학규 “한나라 바꾸려했는데 실패”
고만고만한 범여권 대선 주자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7일 자신의 조직을 띄웠다. 지난 3월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90여일 만이다.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선진평화연대’(선평련) 출범식은 정당의 창당대회 같은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이름도 창립대회다. 4300명을 수용한다는 올림픽홀은 각종 깃발과 팻말을 든 지지자들로 꽉 찼고, “손학규”, “손학규” 연호가 울려퍼졌다. 범여권 대선주자로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참석했고,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 김한길 통합신당 대표 등 현역 의원 65명이 내빈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거의 대부분 열린우리당을 탈당했거나 탈당할 예정인 의원들이다. 박상천 대표를 대신한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도 눈에 띄었다.
선평련 집행부에는 낯익은 현역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성헌 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장이 상임대표이고, 서종표 예비역 육군대장과 손예철(한양대)·최혜실(경희대)·조관홍(동아대) 교수 등이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박형규 목사와 김지하 시인, 화가 임옥상씨는 고문직을 맡았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창립대회에서 상임고문에 추대되었다.
선평련 창립은 한나라당 탈당(3월19일)→선진평화포럼 출범(4월30일)으로 이어져온 손 전 지사의 정치 행보에서 지지 대중과 지방조직을 묶어 세우는 수순이다. 손 전 지사를 지지하는 외곽단체로 분류돼온 ‘전진코리아’도 이날 김유식 대표가 선평련 공동대표에 선임됨으로써 사실상 합류했다.
손 전 지사 캠프의 핵심인사는 최근 “손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로 인정받으려면 한나라당을 선택했던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통과의례’를 언급했다. 손 전 지사가 이날 창립대회 ‘격려사’를 최종 손질하면서 집어넣었다는 말은 그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격려사에서 “한나라당을 바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솔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저의 실패를 받아들입니다. 저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말했다. ‘선택’의 잘못보다는 척박한 ‘환경’에 탓을 돌렸다. 이런 발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손 전 지사는 선평련 창립에 고무된 모습이지만, 곧바로 본격적인 범여권 세 규합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캠프 인사는 “외부의 변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며, 이번주에 있을 정동영 전 의장계의 탈당과 이해찬 전 총리의 출마선언, 탈당 의원들의 동향 등을 주목한다고 했다. 손 전 지사 쪽은 당분간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탈당한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접촉해 나가는 ‘정중동’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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