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기념주간 맞아 이명박·박근혜 등 발길 분주
범여권 ‘대통합 전기’ 기대… 현지 여론은 ‘시큰둥’
범여권 ‘대통합 전기’ 기대… 현지 여론은 ‘시큰둥’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정치인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주간을 맞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광주를 찾고 있다. 마치 이맘때 광주를 방문하지 않으면 대선주자 반열에 들지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광주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대선 예비후보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5·18 기념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 이 전 시장과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17일 소록도를 방문한 뒤 광주로 옮겨 가 5·18 묘지를 참배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내심 호남의 ‘낙점’을 기대하는 범여권 주자들도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13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데 이어 18일 다시 광주로 내려가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친노직계’인 김혁규 의원도 광주로 내려간다.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은 17일부터 1박2일간 광주를 방문한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17일 조선대 강연을 시작으로 18일 5·18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19일까지 2박3일 동안 광주에 머물 예정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도부도 광주를 찾는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번 주간에 범여권 대통합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 정세균 의장은 “5·18부터 6·10 사이에 대통합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여러 차례 표시한 바 있다.
김근태 전 의장과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5·18 국립묘지 공동 참배, 대선주자 원탁회의 등의 성사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 현지에선 재야 원로와 종교계 인사들이 공동참배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표 회동, 대선주자 원탁회의 등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쪽이 꿈쩍도 않고 있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만남은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원탁회의와 관련해 손 전 지사쪽은 ‘공식 제안을 받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동당의 세 주자도 광주로 향한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은 17일 오후 5·18 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시국 기자회견,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등을 공동일정으로 소화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는 현지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사무처장은 “지역 여론이 다소 냉소적이긴 하다”면서도 “정치 상황이 많이 변화한 만큼 각 대선 주자들이 이곳 광주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이런 움직임을 보는 현지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사무처장은 “지역 여론이 다소 냉소적이긴 하다”면서도 “정치 상황이 많이 변화한 만큼 각 대선 주자들이 이곳 광주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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