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분열…굳이 통합 안해도 이길까
새 대통령이 공천권…“지면 다음도 없다”
전문가들 “5자 가능성”…“11·12월엔 합칠수도”
새 대통령이 공천권…“지면 다음도 없다”
전문가들 “5자 가능성”…“11·12월엔 합칠수도”
올해 대선은 어느 때보다 다자간 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한 데다, 경선 규칙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분이 겹치면서 전통적인 양자 구도 대신 3자, 또는 4자의 다자간 대결 가능성이 최근 부쩍 거론되는 것이다.
다자 구도 가능성의 유력한 근거 중 하나는 범여권과 한나라당이 서로 분열돼 있어, 통합의 필요와 압박감이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선거에서는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경우 누가 후보가 되건 ‘대통령은 떼논 당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통합이 어렵다. 이는 범여권의 통합 의지를 느슨하게 만들면서 다시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끼치는 상호 의존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양쪽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제각각 통합보다는 분열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대선을 둘러싼 정치 상황이 ‘1노3김’의 4자 대결이 펼쳐졌던 1987년 대선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범여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낮다는 광범위한 인식, 여전히 강한 지역 기반, 대선 직후 총선이 이어지는 일정 등에서 올해 대선은 1987년 대선과 여러 모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올해 대선에서 뽑힐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에 이어, 임기 말인 2012년 총선 공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있는 정치 일정 탓에 후보간 양보나 타협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는 나이나 당내 기반 등으로 볼 때 이번에 지면 다음번 대선도 기약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더욱 욕심을 내게 된다”며 “범여권도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4자 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김영태 목포대 교수(정치학)는 “범여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친노 직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참여정부평가포럼’과 합쳐치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이탈세력이 한 축이 되는 구도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친노 직계는 올해 대선보다 내년 총선에 초점을 맞추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카드로 중도·보수 세력을, 남북 문제로 진보개혁층을 포괄하려 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리서치플러스’의 임 대표도 범여권 2명과 한나라당 출신 2명이 맞붙는 4자 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나라당 안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가 같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범여권도 중·단기적으로는 ‘비노’ 대통합론자들과 친노 직계, 민주당 등으로 3분돼, 전체적으로는 4자 또는 5자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그러나 양쪽 모두 “11~12월에는 합쳐질 수도 있다”며 막판 후보통합과 양자 대결로의 회귀 가능성을 거론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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