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지사
여론 외면 탈출 꿈꾸는 대선주자 3인
“꿋꿋하게 가다보면….”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요즘 처지는 무대 뒷편의 엑스트라 같다. ‘지지율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아성인 경북에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탈 여의도’를 선언했던 정 전 의장은 여의도로 돌아왔다. 김 전 의장은 전국을 돌며 ‘강연 정치’를 시작했다.
경북서 부정적 여론 정면돌파
손학규 전 지사는 13일 경북 안동대에서 육종 전문가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업 피해 대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엔 영주 동양대에서 강연을 했다. 한나라당 탈당 이후 개인 일정만 소화하던 그가 경북에서 공개 활동을 재개한 데 대해, 이수원 공보실장은 “탈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장 거센 지역에서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응은 차갑다. 중앙 언론사 가운데 손 전 지사를 동행 취재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탈당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춥다”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수원 공보실장은 “죽을 각오를 한 이상, 한동안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해도 감내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고 말했다.
대장정 마치고 여의도 복귀
정동영 전 의장은 이날 임진각에서 ‘155마일 휴전선 평화대장정’을 마쳤다. 지난 9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시작된 4박5일 간의 도보대행진이었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월 전당대회 직후 ‘탈여의도’를 선언하고, ‘서민대장정’, ‘평화대장정’을 계속해 왔지만 주목을 받진 못했다.
정 전 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론의 외면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민들 속에서, 휴전선 옆에서 생활하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과 대결 구도의 대북정책을 가진 거대 야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우리의 무능와 잘못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는 것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남쪽의 정치세력을 통합하고 장기적으로 남북을 통합하는 게 나의 정치적 임무”라며 “여의도로 돌아가 제 정치세력과 잠재 후보들을 통합의 길로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FTA 반대’ 강연 정치 시동
김근태 전 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단식으로 지친 몸을 추스리자마자 ‘강연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11일 수요포럼 강연을 시작으로, 13일에는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초청으로 전주를 찾았다. 내달 초까지 7개의 강연 일정이 잡혀 있다.
김 전 의장은 강연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화두를 자신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자풍’의 평소 스타일과 달리 강연 말투가 간결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에프티에이를 하려면 김근태를 밟고 가라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밟아서 동네북이 됐다. 밟히면서 온몸이 찌릿찌릿 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거나 “이명박의 상징이 청계천이라면, 김근태의 상징은 개성공단 춤”이라는 식이다. 강연 정치는 지역 조직을 다지고, 시민사회와의 접촉을 확대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지은 이태희 조혜정 기자
jieuny@hani.co.kr
대장정 마치고 여의도 복귀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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