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담서 “후보위원회서 여론조사로 선정”
한나라 “국가원로로서 부적절한 발언” 반발
한나라 “국가원로로서 부적절한 발언” 반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의 통합과 관련해, 연석회의 등의 방식으로 먼저 대선 후보를 단일화해 대통령 선거를 치른 이후 단일 정당을 만드는 ‘후보단일화 먼저, 통합 나중’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기독교방송>(CBS)이 1일 보도했다.
김 전 대통령은 2일 방송되는 ‘시비에스 티브이 개국 5주년 기념 특별대담’에서 “지금 당장에 단일 정당으로 하려면 지구당 문제도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며 “대선 후보를 중심에 세워 선거를 치른 뒤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단일 당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를 선정하는 방법과 관련해 “대선에 출마하고 싶은 사람들이 ‘커미티’(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여론조사 등으로 낮은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방식 등을 제시했다”고 이 방송이 보도했다. 김 전 대통령이 언급한 위원회는 최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의원 등이 제안한 ‘대선 예비주자 원탁회의’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가 구상하는 ‘대통합 원탁회의’와 비슷한 틀로 해석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의 통합 필요성을 두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밝혀 왔지만, 통합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한 것은 처음인데,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끼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반발 등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주의 요체인 책임정치·정당정치를 외면하는 발언”이라며 “국가원로로서 적절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범여권이 통합을 이뤄내면 올해 대선이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여권 통합론을 제기해 왔다. 김 전 대통령이 이번에 ‘후보단일화 먼저, 통합 나중론’을 제기한 것은 사분오열된 범여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통합신당 구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이 창당 3년여 만에 분열되고 해체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미안한 말이지만 자업자득이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우습게 보다가 저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독교방송>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둘째아들 김홍업씨의 4월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선 “우리 자식들은 사실은 아버지 때문에 굉장한 불이익과 고통을 받았다”며 “나로서는 자중하고 안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생을 그렇게 고생하다 기회를 얻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을 꼭 막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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