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첫 여성총리가 된 한명숙 총리의 신임인사를 받은 뒤 함께 웃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살아온 인생 질적 차이, 적절한 시점 대권도전 선언”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30분간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설명하며 대권도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 전 총리는 "국민은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시점에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이라며 "정책은 상당부분 준비돼 있으며 정리가 되는 대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대권주자로 나선다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비교되고 싶지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살아온 인생을 보라.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의 역사가 아니라 남북통합을 통한 선진적 대통합의 비전으로 국민에게 선택받는 독립변수로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여성도 여성 나름, 남성도 남성 나름"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역사적으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 지가 중요하다. 저는 인생 역정에서 받아온 고난을 승화시켰고 한이 맺히지 않았다"며 `통합'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그는 또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어머니의 정신 밑에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강인함이 깔려 있다"며 `어머니의 리더십'을 강조한 뒤 "화해와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 말로 결단과 용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투지와 강인함, 결단력을 어느 누구보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대정신으로 '통합'과 `평화'를 꼽은 뒤 "통합은 국가경쟁력, 선진화와도 직결된다"면서 "한반도와 남북평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차기 리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요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통합과 평화이다. 사회적 통합 없이는 남북 통합도 없으며 개방을 전제로 한 통합을 준비하지 않으면 중국, 일본, 미국이 선점할 수 있다.
평화는 경제이자 부가가치, 신성장동력이며 나라의 미래이다. 개성공단 뿐 아니라 남포, 해주, 원산까지 넓혀야 하고 시베리아 철도를 놓아 `부산에서 런던까지' 뚫어야 한다. 구시대의 개발독재, 냉전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총리 시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는 데 대선주자로서의 격려의 말이 있었나.
▲그런 말씀은 없었다. `노심'(盧心)에 기대는 사람은 대선주자가 될 자격이 없다. 저는 일체 구애 받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겠다.
금실 좋은 부부도 부부싸움을 한다.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지만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에 찬동하며 차별화를 시도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회통합 등 미흡한 문제를 극복하고 발전시키겠다.
--최근 박원순 변호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범여권 주자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를 만났는데.
▲같은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 친하다. 또 평화민주 개혁진영에 속한 분들과 절친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대통합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 기여하겠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대통합신당의 정체성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 통합신당은 `평화의 정당', 정책수용자들과 만들어가는 `선진 거버넌스' 정당이 돼야 한다.
--종로계 원로들이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했는 데.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깊은 논의를 통해 하나의 구조를 만들어 제 세력 집단의 대표가 모이는 명실상부한 원탁회의가 됐으면 한다.
--한미 FTA에 대한 생각은. 김근태, 천정배 의원의 단식농성에 대해 비판여론도 있는 데.
▲한미 FTA는 큰 기회로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가야할 길이다. 다만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반대든, 찬성이든 생산적 토론을 통해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단식농성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한반도 대운하, 열차 페리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 공약에 대한 평가는.
▲아직 구체적 평가는 피하고 싶다. 그러나 차기 정부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안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남북경제 통합이라는 축을 토대로 대륙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당내 세력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계보가 없다. 계보는 사양한다. 줄서기, 패거리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정책과 소신, 뜻에 따라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면 된다. 같이 하겠다는 사람은 당내에 제법 있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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