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책임 미국은 왜 생각 않나”
“북 미사일, 미국 앞엔 애들 장난감”
“북 미사일, 미국 앞엔 애들 장난감”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창간호와의 14일 특별회견에서 미.일 보수세력에 전례없이 강도높은 비판을 퍼부었다.
미국 네오콘과 일본의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봉쇄시키고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북핵 및 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가져서 뭘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 앞에 가면 어린애 장난감밖에 안될텐데.."라며 " 미국의 네오콘들이 사실 속으로는 북한 핵에 겁을 내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네오콘, 강경파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없다"며 "바로 중국 때문에 그렇다"고 진단했다.
중국을 미래의 `가상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 네오콘들이 북핵 및 미사일 실험을 구실로 해서 MD(미사일 방어시스템)같은 군비확장을 하려 한다는 것이 DJ의 판단인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연결이 된 것인지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작년 9월19일 6자회담에서 합의가 된 다음날인가 마카오 은행문제(북한 위폐문제)가 터져 오늘날 6자회담도 완전히 정지상태가 돼버렸다"며 위폐문제 발생 시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중동정책에 비유하면서 "미국의 네오콘은 마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장벽을 치듯 북한을 잘못되고 강경한 길로 몰아붙이고, 중국의 품으로 자꾸 밀어넣으면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북한문제에서 완전히 우파가 강해졌다"며 "일본 총리가 확실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도 결국 북한을 공격해서 인기가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일본도 정말 악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과 딱 짜고 `신동맹체'라고 해서 가고 있고, 미국의 군수산업은 미국에서 일본에서 팔아먹고 도처에서 재미를 보고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측이 미사일 실험 등 도발적 행동을 하는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 북한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 미국이나 일본의 강경세력이 손뼉치고 좋아할 일을 많이 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촉구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미 동맹관계는 유지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좋은 친구로서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안되는 것은 안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월남전과 이라크 파병 미2사단 후방 배치 등 결국 줄 것은 다주면서 좋은 소리를 못듣고 있다"며 "이렇게 미국에 협력하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 온 분들에게 `우리가 만만하냐'고 단단히 이야기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이 독일, 프랑스를 대하듯이 한국을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주는게 옳다"고 강조했다.
특히 `6.25 전쟁'의 책임에서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대목은 이채롭다.
김 전 대통령은 "6.25가 왜 났느냐. 당신들이(미국이) 2차대전 끝나고 나서 소련과 일대일로 회담해서 우리에게는 한마디도 안하고 우리를 둘로 갈라버리지 않았느냐"며 "당신네들이 냉전체제로 들어가니까 결국 우리가 대리전을 하다시피 남과 북의 동족이 싸웠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느냐. 왜 당신들의 책임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그때 우리(미군)가 철수한 뒤 북한이 쳐내려오면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스탈린에게 오금을 박았으면 북한이 전쟁은 못일으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 관계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금 우리 언론이나 지도층들이 말들이 많은데 정부가 아무리 밉고 정당끼리 서로 뭐가 다르다 하더라도 국가적 이익은 더 큰 것 아니냐"며 국론분열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그는 "현 정부가 미국과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길을 가려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지금 한국을 만만히 보는 나라는 없는데 다만 한반도 문제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못갖고 있는게 우리 모두의 불행"이라며 은근히 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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