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면 의회가 있을 필요가 없지요.”
허명화(59) 한나라당 서울시의원은 이번 5·31 선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허 의원은 서초구 잠원동 실내테니스장을 짓기로 한 서울시와 서초구의 계획에 반대하는 등 지자체를 피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허 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일할 때 한나라당은 102명 가운데 86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06명 가운데 102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비록 자신도 한나라당이지만 허 의원은 이런 선거 결과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같은 당이 지방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면 감시·견제와 같은 민주주의 원칙이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허 의원은 “지자체와 의회가 같은 당이면 제출한 의안에 무조건 동의해주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지방정부의 보조기관처럼 활동하는 일까지 생긴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은 서울시 청사 신축 건이다. “의회는 시의 계획이나 집행을 감시해야 하는데, 이번 신축 사업에서 의회는 건의안까지 올리며 서울시를 지원했다.”
이 문제에 대해 허 의원은 “의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다른 의원들을 말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저 사람 한나라당 의원 맞냐”는 비아냥뿐이었다.
그래도 허 의원은 다음 서울시의회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력하면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수당 쪽에서 막거나 고칠 수 없더라도 반대나 수정 의견을 끝까지 내길 기대합니다. 퇴장과 같은 소극적 방법은 의회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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