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5·31 후폭풍] ‘중도통합’ 물위로
정계개편 ‘남행열차’…아직은 동상이몽
정계개편 ‘남행열차’…아직은 동상이몽
현실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강연정치’로 자신의 정치적 목소리를 표출해온 고건 전 총리가 본격적인 지지세력 규합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고 전 총리는 앞으로 자신이 주창해온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행보를 구체화할 것”이라며 “국민운동본부 형태의 조직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핵심 측근 인사도 “5·31 지방선거에서 우리 사회가 어느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는 게 뚜렷이 확인됐다”며 “우리 사회의 창조적이고 중도적인 실용세력을 한데 아우르는 실체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건 입당 등 고려안해…창당 이뤄낼지 주목
측근들의 이런 발언은 그가 이제는 ‘정치적 국외자’로 남아 반사이익만 누리지 않고, 자신의 구상을 담보할 독자세력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전 총리는 그동안 정치권 밖에서 “중도개혁·창조적 실용주의 세력의 대통합”을 역설하면서도 구체적 정치행보는 자제했다.
고 전 총리 쪽 관계자들은 최근 내부 회의를 통해 지방선거 이후 독자세력화를 위한 조직체를 만들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 쪽이 1일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영입제안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미 독자세력화로 마음을 굳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 전 총리의 김덕봉 공보특보는 이날 “중도 실용주의 세력의 통합을 주창해온 고 전 총리가 특정 정당에 입당하거나 연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고 전 총리가 현실 정치권과 손잡지 않고 어떻게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을 담보할 정치적 실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고 전 총리 주변에서는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포럼’을 일반 국민에게까지 대폭 확대해 ‘국민희망연대’(가칭)를 만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07년 대선 도전 의지가 확고한 고 전 총리가 지향하는 독자세력화의 최종 기착지는 결국 신당 창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결국 정치조직이나 지지세력이 뚜렷하지 않고, 특정 정치세력과 손잡지도 않겠다는 고 전 총리가 어떻게 정당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야만 독자세력화가 완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화갑 여당 이탈 겨냥 “돌아오면 받아준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1일 낮 당 출입기자들을 서울 여의도의 한 오리고기 전문점으로 초청했다. 그는 “이러면 내가 취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한잔씩 다 돌려야겠다”며 10여명의 기자들에게 일일이 복분자술을 돌리며 대작했다.
취기가 도는 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이번 지방선거로 민주당이 다시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앞서는 성적표를 받아든 여세를 몰아 민주당이 향후 ‘평화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과 ‘정권 재창출’의 주역이 되겠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민을 배신하지 않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대선후보 영입을 포함해 대통령 후보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 대표가 제시한 구체적인 방안은 고건 전 총리 영입을 통한 대선주자 확보와, 열린우리당 이탈 의원의 흡수통합을 통한 외연 확대다.
한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영입대상으로 의식하고 있으며 그외 당과 협력할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영입 대상이 된다. 원적지가 민주당인 사람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놓았다. 돌아오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다”고 말한 것은 정확히 이런 맥락이다.
한 대표의 이런 언급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펼쳐온 ‘타이타닉 프로젝트’를 새삼 역설한 것이다. 한 대표는 그동안 동요하는 민주당 당직자와 지지자들에게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인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뒤 사라질 것이며, 열린우리당에 간 의원들 다수가 살기 위해 ‘민주호’로 옮겨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당장 고 전 총리가 민주당의 영입 제안에 난색을 표시하며 독자승부로 방향을 잡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자신의 대법원 재판 결과도 중대 변수다. 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는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민주당은 중심축을 잃고 혼돈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화갑 여당 이탈 겨냥 “돌아오면 받아준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후보 영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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