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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의장승계 ‘장고’ 들어간 김근태

등록 2006-06-01 17:02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향후 행보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김 최고위원은 5.31 지방선거 결과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자리를 승계할지 여부를 오는 5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 이전까지 결정해야 한다.

일단 당내에서는 당헌에 따라 김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좀 더 우세해 보인다. 정 의장과 김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할 경우 지도부 공백 상태로 인해 당이 더욱 심각한 혼란상태에 빠져들 개연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유인태(柳寅泰)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이 김 최고위원에게 의장직 승계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도 추가적인 혼란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당사상 최악의 선거 참패인 만큼 현 지도부가 총사퇴함으로써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최고위원이 선거 결과를 놓고 "엄중한 상황 앞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다", "제1감(感)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쪽 주장이 모두 설득력을 갖고 있는 만큼 김 최고위원 주변의 의견도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재야파 인사들의 모임인 민평련은 1일 오전 모임을 갖고 의장직 승계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의장직 승계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현재 우리당 의장자리를 `독배'에 비유했다고 한다. 의장직을 승계할 경우 자칫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참석자는 "의장직을 승계할 경우 당장 7.26 재보선을 지휘해야 하는데, 당의 인적구성상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무리하게 나서다가 생채기를 입느니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큰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장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어차피 차기대권주자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 참에 처음으로 당의 전면에 나서서 지지자와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이 상황에서 의장직 승계를 거부하면 책임회피로 보일 수 있다"며 "이해관계를 떠나, 위기에 처한 당을 책임감있게 수습하는 것이 옳다"고 가세했다.

의장직 승계 문제에 대한 득실계산이 난무하고 있지만, 김 최고위원은 예의 신중함을 잃지 않고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장관을 아끼는 사람일수록 독배는 마시지 말라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 당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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