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검증 활발했으나 유권자선택엔 영향 미미
‘5·31 지방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정책선거가 활성화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전국의 2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06 지방선거시민연대’는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 뒤 ‘막개발·헛공약’을 선정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왔다. ‘매니페스토 추진본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도 정책선거 운동을 활발하게 이끌었다. 정당과 후보자들도 이에 맞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 개발에 애썼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들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 등 ‘외적인 요소’들에 묻혀 실제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긴다.
정책선거 운동을 주도한 시민·사회단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정책선거의 첫발을 뗐다”고 자평했다.
유문종 매니페스토추진본부 대변인은 “선관위 조사를 보면,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2002년 지방선거 때는 인물·능력 59.7%, 정책·공약 13.9%였지만, 이번에는 인물·능력은 36.1%로 줄어드는 대신 정책·공약이 23.7%로 늘었다”며 “매니페스토 운동이 선택 기준의 균형을 잡는 구실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후보들 사이에 아파트 16만채 건설이나 뉴타운 50곳 추진, 자립형사립고·거점명문고 등을 놓고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됐다.
서인덕 중앙선관위 정책정당지원팀장은 “정책선거 운동이 벌어지면서 후보자들끼리 인신공격이나 지역주의 선동 등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발붙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 서울시장 후보 쪽도 “정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정책선거 운동이 2000년 낙선운동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상당히 긴장감을 줬다”며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헛공약 남발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정책이 유권자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한쪽에서는 ‘싹쓸이 막아달라’고 대국민 호소를 하고, 한쪽에서는 반창고를 붙이고 지역에 지원유세를 가는 것 모두가 이미지 선거”라며 “정책선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정책선거 분위기 속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후보의 과거 이력에 대한 검증 시도까지 네거티브로 매도된 점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는 사전에 정해진 정부·여당 심판 구도와 박근혜 대표 피습 등 우발적인 사건들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용도는 높아져도 후보 지지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들이 각종 토론을 기피하는 현상 등은 정책선거 분위기를 스스로 해친 사례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정책선거가 활성화하려면 후보자와 유권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지만, 몇가지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문종 매니페스토추진본부 대변인은 “후보자가 정책 개발을 더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선거일 3개월 전쯤에는 결정돼야 하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자료집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와 수단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 뒤에도 당선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지 철저하게 감시해 다음 선거 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신 교수는 또 “정책선거 분위기 속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후보의 과거 이력에 대한 검증 시도까지 네거티브로 매도된 점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는 사전에 정해진 정부·여당 심판 구도와 박근혜 대표 피습 등 우발적인 사건들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용도는 높아져도 후보 지지도는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들이 각종 토론을 기피하는 현상 등은 정책선거 분위기를 스스로 해친 사례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정책선거가 활성화하려면 후보자와 유권자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지만, 몇가지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문종 매니페스토추진본부 대변인은 “후보자가 정책 개발을 더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선거일 3개월 전쯤에는 결정돼야 하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자료집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와 수단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선거 뒤에도 당선자들이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지 철저하게 감시해 다음 선거 때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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