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29일 경남 지역을 찾아 지원유세를 벌였다.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이 전날 `선거 후 정계개편' 발언에 반발, 정 의장에게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로 다음날 김 후보의 선거구를 찾은 것이다.

이날 유세 일정은 `김두관 파문' 이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이었다.

당 관계자는 "선거가 이틀밖에 남지 않아 지원유세를 경합지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김두관 최고위원 발언 이후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계획대로 경남을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전날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김해유세에서도 일절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김두관 후보의 이름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동안 지원 유세를 할 때마다 도지사, 시장, 시.도의원 후보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의장측은 "(자신에게) 당을 떠나라고 한 사람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너무 위선적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장은 대신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김해가 배출한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이 가장 당선되길 바라는 분은 이봉수(李鳳洙) 김해시장 후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말을 아꼈다.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한 심경을 묻자 "밥이나 맛있게 먹읍시다"라며 답변을 회피했고, 선거 후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도 "선거 이후 이야기는 선거 끝나면 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김두관 후보도 정 의장의 유세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혁규(金爀珪) 최고위원과 정의용(鄭義溶) 의원 등만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 후보는 이날 경남 의령, 창녕, 진해, 창원 등을 돌며 유세를 했고, 정 의장은 밀양, 안동, 광명, 동작 등에서 순회유세를 해 두 사람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스케줄을 사전 협의하지 않았고 일정도 서로 엇갈렸기 때문에 조우할 일은 없을 것이다. 중앙당에서 갑자기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차피 선거 후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면 자연스레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김해.안동=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