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5일 오후 제주시 용담네거리에서 열린 한 도지사 후보의 유세를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듣고 있다. 제주 / 이종근 기자
[5·31 최대접전지 제주는 지금] “도지사 누구 예측도 말라”
‘바람타는 섬’. 제주의 소설가 현기영은 자신이 태어난 섬을 이렇게 불렀다. 제주는 그렇게 바람을 타고 있었다. 25일 오후 2시, 용두암 입구 용담로터리. 한 도지사 후보의 유세차량 앞에서 젊은 운동원들이 ‘꼭지점댄스’를 추는 광경을 지나던 이들이 한가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구경하던 이도성(47·제주시 용담동)씨에게 이번 5·31 선거에 대해 물었다. “어제 〈한국방송〉 여론조사를 보니까 현명관 한나라당 후보가 0.2%포인트로 앞섰더구만요. 지금까지는 〈헤럴드경제〉 여론조사를 제외하고는 줄곧 김태환 무소속 후보가 앞섰는데, 이제 어떻게 될까 모르겠네요.” 신제주의 연동에서 만난 윤남식(66)씨. “솔직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칼부림 당하던 날, 가슴이 짠하더라구. 박정희 대통령이 제주도에 많은 일을 했거든. 그 고마움도 있고. 그리고 현명관씨가 되면 경제가 좀 좋아지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배를 타고 섬 전체를 돌며 제주를 국제관광지로 만드는 디자인을 했다는 말을 들려준다. 그 향수가 바람이 되어 불고 있는 걸까. 한나라 현명관, 무소속 김태환 추월 여론
“피습 뒤 마음바꿔” “속으론 외지인 거부”
열린우리, 도의원 선거에 기대…“7곳 우세”
다시 차를 돌려 한림읍으로 향했다. 30대 여성을 골라 물었다. 최성화(36)씨의 대답. “박근혜 대표가 다친게 마음 아프죠. 어제 사우나에 갔더니 아줌마들이 다들 그 이야기하는 거예요.” 지지 후보를 바꿨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젊은이들은 어떨까 싶어 제주대학교를 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톡식(toxic)’에 맞춰 치어리더 차림의 여대생들이 리듬을 타는 대동제 기간이었다. 김용기(26)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학생들에게 정치 선전을 하지만 대동제 기간이라 솔직히 관심이 없다”며 “대학생들의 보수화도 눈에 띤다”고 했다. ‘원희룡’ 효과라고 했다. 제주의 ‘전설’로 통하는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제주대에 강연 올 때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 간다고 했다. 반대 의견. 한림민속오일장에서 만난 상인 유지명(41)씨는 “박근혜 대표 때문에 변화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언론에서 하는 말이고, 사람들 속내는 다르다”고 말한다. “제주도 사람들은 타지에서 온 사람을 안 받아들여요. 속으로 얼마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데. 현명관씨는 제주에서 났지만, 타지 사람이잖아.” 이유는 ‘괸당’ 때문이란다. 친척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인데, 혈연·지연·학연을 통틀어 표현하는 단어였다. 전세계의 모든 이들이 6명만 거치면 다 연결이 된다고 하지만, 제주에선 2명만 거치면 다 연결된다고 한다. 김태환 후보가 탈당과 입당을 번복하고, 무소속 출마로 잇따른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줄곧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괸당’ 덕분이다. 그 괸당을 이기기 위해 현명관 후보는 ‘공동선대본부장’을 40명이나 앉혔다고 한다. ‘괸당 선거’. 혈연에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 설켜 치르는 선거이니, ‘네편 내편’이 확실하다. 그런 선거는 전쟁이다. 상처도 많이 남는다. 선거 후유증 때문에 학교 간에 서로 아는 척도 안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어떨까. 내내 3위에 머물고 있는 진철훈 후보 때문에 도의원 선거에 더 기대를 거는 듯 했다. 이달 초부터 내려와 있다는 김재윤 의원은 “29명을 뽑는 도의원 선거에서 현재 7곳 정도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앞서고 있고, 한나라당이 앞서는 곳이 15곳 정도”라며 “나머지는 접전 지역”이라고 말했다. 기초에서는 전북을 제외하고는 열린우리당이 ‘선전’하는 유일한 지역일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쪽에서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싹쓸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곳곳에 심어진 밤나무의 비릿한 꽃냄새를 섬 곳곳에 뿌리는 바람. 바다 색깔 때문인지, 지금 그 바람은 파란색(한나라당 상징 빛깔)으로 보였다. 제주/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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