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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택5·31 D-6] ‘개헌’ 지렛대로 ‘새판짜기’ 꿈틀

등록 2006-05-24 18:49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왼쪽)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정동영 의장 “반한나라 민주개혁대연합 추진”
선거 참패→지도부 사퇴→비대위→개헌 제의
민주당과 합당등 싸고 당내 파열음 커질수도
뉴스 분석 : 선거뒤 진로 부심하는 여당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는 열린우리당이 ‘새판짜기’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목표는 ‘반한나라당 연합’이고, 고리는 ‘개헌’이다.

정동영 의장은 24일 전남 광양 유세에서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세력과 함께 민주개혁 세력 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평화 개혁세력’인 민주당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 대 당 통합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며 “인위적 정계개편은 가능하지 않지만 민주개혁 평화세력을 묶을 큰 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도 “선거 이후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정 의장은 “내년이 개헌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최근 나온 정 의장의 발언은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고, 갑자기 나온 것도 아니다. 지난 15일 중앙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강봉균 정책위 의장은 공식적으로 개헌론을 밝혔다. 강봉균 의장을 별도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개헌을 2007년 대선에 공약으로 내걸고 그 이후에 하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말에는 모순이 있다.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려면 지금부터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 개헌이 가능한지 물었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유리한 상황인데 마냥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논의를 통해 다른 정당과 대선후보들을 참여시켜 반한나라당 연합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론을 제기해 정계개편의 단초를 열겠다는 얘기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여당이 개헌론을 제기하는 시점에 대해 “지방선거 직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판짜기와 개헌론의 ‘주체’는 누구일까? 선거를 앞두고 있고, 워낙 은밀하게 얘기가 진행되는 탓에 누구인지 정확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을 누가 주도했는지 잘 살펴 보라. 결국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그들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열린우리당에는 1997년 정권교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 2004년 신당창당에 주역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꽤 있다. 정동영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뿐만이 아니다. 김근태 임채정 이해찬 천정배 정세균 문희상 배기선 신기남 유인태 원혜영 의원 등이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도 이 범주에 속한다. 몇 사람을 만나 보았다.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김원기 의장은 이달 말 퇴임 이후 당과 거리를 두고 개헌을 포함해 ‘큰 그림’을 그려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지방선거 이후 여권의 행보는 이렇게 추정된다. 선거 결과가 참패로 나오면,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다.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꾸린 뒤 개헌을 제의한다. 6월의 월드컵과 7월26일 4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인 개헌몰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개헌을 통한 정계개편이 열린우리당의 생각처럼 잘될까?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다. 가장 어려운 대목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한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논란을 낳은 ‘부산 발언’ 중에서 “민주당과 합당은 없다”는 부분은 노 대통령의 생각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섣불리 추진하다가는 당내에 파열음이 일 수 있다”며 “지금부터 우리는 ‘대장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는 요즘 정동영계와 김근태계가 따로 없다. ‘공멸의 위기’ 앞에, 누가 대선후보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임종석 의원은 “정권 재창출이 최고의 개혁”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당내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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