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입원중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사실상 '병상 정치'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20일 입원 직후부터 필요할 때마다 유정복(劉正福)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각종 메시지를 당내외에 전달하고 있고, 이틀째인 21일부터는 지도부로부터 당무보고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아 말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간단한 말 또는 메모 형태로 지시하고 있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선거국면에서 당의 방향을 짚어주는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퇴원시기가 당초 예정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지방선거를 병상에서 치르게 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박 대표의 병상 정치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박 대표는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꼿꼿히 앉아 하루에 1∼2차례씩 유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당무를 챙기는 한편, 신문을 꼼꼼하게 챙겨읽고 가끔 인터넷에 접속, 바깥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실장은 수시로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와 연락을 취하며 '투톱(Two Top)'간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실장은 "박 대표가 언급하고 싶은 사안이 많을텐데 말에 제약을 받고 있어 글로 표현하고 있다"며 "주로 보고서로 당무보고를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24일 당원과 후보자들에게 "법을 어기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글을 내놨다. 자신의 피습사건으로 인해 당과 후보의 지지도가 높아진 데 대해 자만하지 말고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수술직후 "선거운동을 차질없이 진행하라"고 말했고, 21일에는 "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며 피습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 것을 당에 주문했다.
22일에는 당 지도부에 "대전은요?"라고 물으면서 '격전지' 대전에 대해 집중하도록 유도, 이 원내대표가 대전에 상주하며 '대전 총력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또 당 지도부가 당초 박 대표 피습사건 조사단 명칭을 `살해기도 진상조사단'으로 붙였다가 `정치테러 진상조사단'으로 변경한 것도 `너무 자극적이다'라는 박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대표의 회복이 늦어질 경우 다음달 16일 대표직 사퇴 일정을 다소 앞당길 수도 있다는 당내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 측근은 "박 대표는 모든 선거준비상황을 이 원내대표에게 일임한 상태로, 당 대표로서 관심을 갖는 차원이다. 퇴원후 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된바 없다"며 말했다.
송수경 이승우 기자 hanks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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