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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월드컵 응원에 끼어든 선거홍보전 ‘빈축’

등록 2006-05-24 07:37수정 2006-05-24 11:13

"기분 좋게 응원하러 왔는데 저런 선거홍보전은 뭡니까?"

지난 23일 오후 7시20분께 광주 상무지구 미관광장.

한국과 세네갈의 평가전을 보기위해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 10여명이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돌리고 있었다. "선거 홍보 때문에 축구를 볼 기분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5.31 지방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지방선거 후보들의 홍보전이 월드컵 거리응원까지 침투하면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축제의 자리까지 정치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 등의 선거운동원 150여명은 빨간색과 노란색, 옷을 입고 경기 2시간 전부터 나와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진열된 500여개의 의자 중 앞자리부터 자리를 선점한 이들 선거운동원들은 후보자들의 `기호'를 몸에 두르며 선거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박광태 민주당, 조영택 열린우리당 광주시장 후보 등이 이 자리를 찾았고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미관광장을 방문하는 등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꼬리를 물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김종운(32)씨는 "시민들 보라고 의자를 마련한 것 같은데 선거운동원들이 앞자리를 모두 선점했고 시민들은 모두 서 있다"며 "이런 것도 배려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시민들을 위해 도대체 무슨 정책을 펼쳐 나갈 수 있겠는가"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권현숙(25.여)씨도 "주최측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런 선거홍보를 하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것 같다. 흥이 나지 않는다"며 발길을 돌렸다.

각 당은 시민들의 불만이 이처럼 높아지자 경기 시작 30분 전 부랴부랴 선점한 의자를 시민들에게 내줬다.

이에 대해 모 정당관계자는 "지방선거도 하나의 축제라는 점에서 월드컵과 맞닿아 있다"며 "후보자들의 특성상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거리응원은 상무축구클럽연합회와 붉은악마광주지회, I LOVE아드빅, 개인택시축구연합, 북구축구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였고 시민들 1천여명이 참가, 응원전을 펼쳤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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