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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야 ‘불모지’ 또 예견된 패배?

등록 2006-05-12 08:14수정 2006-05-12 09:41

[선택5·31 이것이 궁금하다]
지역주의 높은 벽…‘대이변’ 아직 멀다
열린우리, 부산·경남 역부족…대구 그나마 해볼만
한나라, 호남 고전속 “틈새전략으로 두자릿수 득표”
5·31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불모지’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 영남의 열린우리당 후보와 호남의 한나라당 후보들이다. 이들의 ‘패배’는 이번에도 ‘예고된 숙명’일까?

지난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이곳의 광역단체장 투표 결과는 한결같이 ‘호남=민주당·국민회의, 영남=민자당·한나라당’의 등식이었다. 1995년 선거 때 무소속 문희갑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된 게 유일한 예외다. 민주당은 2002년 선거 때 대구·경북·울산에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경남),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대구),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부산) 등 전직 장관들을 줄줄이 영남으로 내려보냈다. 인물대결 구도를 노린 것이다.

그렇지만 ‘대이변’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려워보인다.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게 이들 진영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패배가 예견된 싸움에 뛰어든 이들을 빗대 ‘바보 3인방’이란 별명도 붙여졌다.

김두관 후보 쪽은 25% 정도의 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2002년 선거 때 민주당 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출마해 얻은 16.9%보다는 많지만,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김 후보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17대 총선 출마와 행자부장관 발탁,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당선 등의 경력을 쌓으면서 ‘상품 가치’를 높였지만, 지금의 지역주의 구도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당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영남의 지지 기반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재용 후보 쪽은 영남의 다른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다. 25% 안팎인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도 30%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02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38.8%를 득표했고, 17대 총선 때도 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후보의 박동욱 대변인은 “밑바닥 민심은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지지율이 예전만큼 치고 올라가지 못해 답답하다”며 “후보 인지도가 높은 만큼 ‘시민후보’ 개념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맞붙었던 허남식 현 부산시장과 재대결을 펼치는 오거돈 후보 쪽은 “대통령 아들 구속 등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2002년 선거 때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 선거에서 얻은 지지율이 19.4%인데, 그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당혹스럽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불과 1년전 보궐선거 때의 지지율(38%)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과 울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울산은 2위 자리를 민주노동당 후보에 내준지 오래다.

호남 지역에서 한나라당 간판을 내걸고 시·도지사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가 대표 취임 이후 호남 지역을 열 차례 가까이 방문하는 등 ‘호남 껴안기’에 공을 들인 덕에 분위기가 예전처럼 척박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2002년 선거 때 광주와 전남, 전북에서 각각 11%, 5.3%, 8.3%의 득표에 그쳤다.

한영 광주시장 후보는 “예전에는 한나라당이라면 무조건 미워했는데 요즘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다 밉다. 한나라당 찍어야겠다’는 말들도 많이 한다”며 “틈새를 파고들어 수십년 동안 한 정당이 광주를 독차지해온 구조를 깨고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영입 형태로 한나라당에 들어간 문용주 전북지사 후보는 “도 교육감을 두차례나 한 나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을 보고 ‘한나라당도 찍을만 하구나’라는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며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2월 4.7%에서 지금은 8.9%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사무실 일꾼도 처음엔 10명이 안 됐지만 지금은 자원봉사하는 아주머니들만 70명이 넘는다”며 “20% 득표가 목표”라고 말했다.

박재순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는 “선거를 돕는 핵심당원이 300명 정도 밖에 안 되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제1야당을 끌어안지 않고는 지역 발전도 어렵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 득표율 두 자리 수를 얻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황준범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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