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연합
지방선거 완패론 확산에 ‘위기감’ 고조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27일 "여당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한 점, 엎드려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대국민 사과 메시지다.
정 의장은 이날 방영될 5.31 지방선거 정강.정책연설 TV방송 녹화를 통해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일하겠다. 여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도 했다.
당 복귀 이후 그동안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속으로 파고들자'면서 자성론 속에 여당을 채찍질해 왔던 그다. 그러나 특별한 악재도 없고, 엄청난 실책도 없는데다 한나라당이 공천잡음으로 내부가 시끌벅적한 호재에도 불구, 여당 지지율은 반사이익은 커녕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문화일보가 27일자에 보도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4.4%인 반면, 열린우리당은 19.7%였다.
5.31 지방선거는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 의장과 당 지도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삼각 편대'를 통해 지방선거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던 당초 목표와는 달리 아직 삼각편대는 제대로 이륙도 못했고, 믿었던 '강금실(康錦實)-진대제(陳大濟) 카드'마저 한나라당 후보에 현격한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한 두 곳을 제외하고 전패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당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가 다가오면 당지지율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서울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여당 비토층이 강고히 형성돼 있는데다, 과거처럼 호남이나 민주개혁세력들이 큰 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라는 하나의 우산속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때까지 이런 정당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열린우리당의 `희망 찾기'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정 의장의 향후 대권가도에 치명적이다. 선거 이후 새로운 판을 짜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초조감과 위기 의식이 정 의장의 이날 발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그러나 뚜렷한 묘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아무리 여당이 반성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으니, 더 반성을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 의장은 이날 방송연설을 통해 "야당이 지방권력을 절대 독점한 지금의 여당은 야당이라는 거대한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외로운 섬과 같다"면서 '지방권력 균점론'과 `지방권력 심판론'을 거듭 강조했지만 메시지의 무게는 `사죄'와 `반성'쪽에 기울어 있었다.
황재훈 기자 j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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