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수수 혐의 조재환 민주당 사무총장 체포
20일 저녁 8시20분, 조재환(57) 민주당 사무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지하 1층 식당에서 최락도(68) 전 의원을 만났다. 식사 도중 최 전 의원은 조 총장에게 “전북 김제시장 후보로 공천해달라”며 “줄 것이 있으니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했다. 저녁 9시30분, 최 전 의원의 측근들은 호텔 컨벤션센터 앞에 주차된 조 총장의 그랜저티지 차량 옆에 자신들의 에쿠스 차량을 주차한 뒤 두 차량의 트렁크를 열어 사과상자 2개를 옮겨 실었다.
저녁 9시40분께 막 호텔을 나서려는 조 총장의 차량을 갑자기 차량 2대가 막아섰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임을 밝히고 차량 검색을 요구했다. 트렁크를 열자 2개의 사과 상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상자 안에는 1백장씩 묶인 1만원짜리 현금이 가득했다. 모두 4억원이었다. 공천 대가로 현금이 오고가는 현장에서 잠복중이던 경찰이 붙잡은 보기 드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관련 기사 4면
조 사무총장은 민주당 공천재심특별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최 전 의원이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해서 선물을 주려는 줄 알았고, 돈을 건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22일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 총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15일 측근들에게 지시해 마련한 현금 4억원을 20일 김제 시민운동장 주차장에서 사과상자 2개에 담아 포장한 뒤, 서울로 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 전 의원은 잠적 상태다. 경찰은 그를 출국금지했다. 경찰은 금품수수 현장을 덮칠 수 있었던 경위에 대해 “사전에 첩보를 입수했다”고만 밝혔다.
조 총장의 체포 소식으로 민주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이상열 대변인은 “죄송스럽다”며 “진상을 파악하는 대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 총장은 동교동계로 16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지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아왔다. 최 전 의원은 12~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임석규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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