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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서울시장 후보들 참신…내 생활에 영향 커 관심”

등록 2006-04-21 07:15수정 2006-04-21 07:31

[선택5·31민심읽기] 20·30대 정치에 대한 인식
서울 20·30대 표적집단 심층좌담
<한겨레>는 5·31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리를 좀더 깊숙히 들여다보기 위해 심층 여론조사를 기획했다.

먼저, 지난 17일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표적집단 심층좌담회(FGD:Focus Group Discussion)를 열었다. 전체 유권자의 47%(20대 22.1%, 30대 24.9%)에 이르는 20·30대의 속깊은 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좌담회엔 20대 5명, 30대 4명 등 9명(남성 5명, 여성 4명)이 참석했다.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참석자 표집과 진행, 녹취록 작성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플러스’가 맡았다. <한겨레>가 조사를 의뢰한 사실도 좌담이 끝난 뒤에야 밝혔다. 참석자들은 가명으로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하는 데 동의했다.

정치에 대한 생각 들어보니
상류층·싸움판·부정부패…
9명중 8명이 “투표하겠다”

낯선 이들과의 첫 대면 탓인지 긴장감이 흘렀다. 자기소개와 함께 고민과 관심사부터 꺼내며 좌담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서서히 풀렸다. 대학생인 20대 참석자들은 취업과 토익 성적을, 직장인인 30대는 자녀교육과 건강, 재테크를 최대 관심사로 꼽았다.


‘정치란 후진 것’=분위기가 익어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너나없이 ‘상류층’, ‘엘리트 중심주의’, ‘싸움판’, ‘부정부패’ 등의 부정적인 단어를 쏟아냈다. 스스로 열린우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주승미씨는 여당의 ‘이명박 별장파티 폭로’에 대해 “선거 때만 되면 공약을 남발하고, 상대 당을 흠집내는 등 시즌에 맞춰 뭔가 터뜨리는 후진성의 전형”이라고 규정했다. 모든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의 긍정적 역할을 떠올려 보자’고 몇차례 주문했지만 부정적 답변만 거듭됐다. 오랜 논의 끝에 이들이 떠올린 긍정적 사례는 청계천 복원과 여성 총리(한명숙) 지명뿐이었다.

‘20·30대가 물질적 욕구만 강하고, 정치에는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히려 취업난 등 각박한 현실과 정치의 후진성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신경순씨는 “자기들 유리한 대로 싸움만 하는 데 누가 정치에 박수를 치고 관심을 두겠느냐”고 비판했다. 서현주씨는 “취업 걱정 때문에 정치를 생각할 여유도 없는 데, 실망스런 모습까지 보이니 더 무관심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권제훈·서영운씨는 두 차례의 정권교체와 17대 총선을 통한 의회권력 교체 이후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정치권의 현실이 환멸과 무관심을 부추겼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권씨는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항상 똑같았다”고 말했고, 서씨는 “이 정당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몇 차례씩 선택했지만 결국 안된다는 걸 알았으며,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밝혔다. 서씨는 특히 “차라리 내 앞가림이나 하는 게 좋다”며 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신경순씨도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좀 달라질 것 같았는데, 결국 싸우기만 한다”고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엔 관심=좌담 참석자 9명 가운데 8명이 “이번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언론이 앞다퉈 20·30대 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좀 뜻밖의 반응이다.

이들이 이번 선거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이 궁금했다. “이명박 시장이 잘했든 못했든 화제가 많았다. 강금실·오세훈 등 대중적 인기인이 나오니 관심이 간다”(서영운), “뉴타운 건설, 강북 재개발 등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발전과 관련된 공약이 나오고, 돌아오는 이익도 있으니 당연히 주목할 수 밖에 없다”(조상수), “강금실과 오세훈은 참신하다. 옛 정치인들과는 뭔가 다를 것 같다. 정치색도 별로 없다.”(권제훈), “시장 한 사람 때문에 청계천이 복원되고, 버스 중앙차선이 생기는 등 내 생활이 정말 많이 변했다. 예전보다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주승미)는 답이 나왔다.

“투표장에 갈 것”=역대 선거에서 20·30대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9명의 참석자 가운데 8명이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김새영·신경순씨는 “지지정당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서영운씨는 “대선 때처럼 투표율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조금만 더 투표장에 나갔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담긴 듯 했다.

이들의 투표참여 열기를 20·30대 전체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을까.

김새영씨를 제외한 참석자들 대다수는 “주변 동료들이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높다. 따라서 투표율이 좀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지난 2002년 대선 때처럼 투표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20·30대의 투표 열기가 폭발할 것 같느냐’는 질문엔 회의적 답변이 우세했다. 신경순씨는 “노무현 후보는 그 자체가 파격적이고 신선해 붐이 일었지만, 강금실·오세훈은 보통사람도 다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상훈씨는 “월드컵 때문에 그때처럼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20·30대가 서울시장 선거에 상당한 관심도 있고 투표장에 나갈 뜻도 잠재돼 있지만, 실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도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느낌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은 누구?=선택의 기준을 물었더니 정당과 인물, 정책으로 갈렸다. 이번엔 참석자 9명에게 ‘기준의 중요도를 100분율로 환산해보라’고 주문했다. 평균은 △정당 34% △정책 34% △인물 32% 순으로 나왔다.

좀더 직접적으로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 “솔직히 반반이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다시 한번 “그래도 누가 될지 예상해보라”는 질문을 던지자 속 마음을 조금씩 드러냈다. 주승미·신경순·김새영·서영운·서현주씨 등 5명은 “강금실이 될 것 같다”거나 “강금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3명은 답변을 유보했고, 박상훈씨만이 “나는 오세훈”이라고 답했다.

오세훈 전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는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 참석자들의 속내를 엿보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한참 뒤쳐지는 강금실 전 장관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가 뭐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신경순씨는 “그게 20·30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은 강금실은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권제훈씨는 “여론조사에서 40·50대는 강한 투표참여 의지와 지지의사를 드러내지만, 20·30대는 아직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며 “나중에 (강 전 장관과 오 전 의원의) 격차가 벌어진다 싶으면 20·30대가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서현주씨는 “강 전 장관이 내놓은 ‘꿈의 도시’ 이미지가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주장 때와 비슷하다”며 “강 전 장관도 뭔가 이룰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리/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좌담을 마치고]
아직은 관전자…정치구호보다 ‘인물’

20·30대의 주된 고민은 취업, 직장, 인간관계, 건강, 재테크 등 일상적인 문제들에 집중돼 있었다. 이념이나 사상, 가치와 관련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 정치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후진적이며, 일반인들과 괴리돼 있고,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정치에서 무엇이 긍정적이고, 어떤 것이 부정적인지 따져볼 근거가 별로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차이를 인식하고는 있었으나 현실정치의 테두리 안에서는 별 차별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5·31 지방선거에 관심은 적지 않았지만 참여자가 아닌 관전자의 입장에 머물렀다. ‘지방권력 교체론’이나 ‘정권 심판론’ 등의 구호에 대한 공감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선거를 인물 중심 구도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따라서 20·30대의 투표율도 조금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투표행위에서도 패러다임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다. 이들은 투표행위의 준거를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이슈가 아니라 탈정치적이고 개인적인 이슈에서 찾으려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선 후보들의 참신성과 탈정치색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40대 이상에 견주면, 정당 뿐아니라 인물과 공약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좌담회 사회자/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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