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한나라당 부산시장 후보 TV토론은 정책대결은 간 데 없고 상호비방만 난무해 후보들이 당초 내걸었던 `깨끗한 경선' 약속을 무색케 했다.
부산MBC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권철현 국회의원은 허남식 시장 부인의 관용차 이용과 시청소속 일용직원의 사택 가사 도우미 활용 등을 거론하며 허 시장의 도덕성에 심각한 결격이 있다고 공격했다.
권 후보는 또 "허 시장이 해운대구에 있는 땅에 무허가 건물을 방치한 채 월 5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하면서 "허 시장은 후보를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권 후보가 행정경험이 없으니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이라고 핀잔을 준 뒤 "월 50만원의 임대료를 받았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냐"고 반격했다.
허 시장은 또 권 의원이 부산시장의 차기 대선 역할론을 펴는 것에 대해 "권 후보는 총재비서실장 등 당의 중책을 맡았는데도 2002년 대선 때 지역구의 한나라당 득표율이 부산에서 가장 낮았다"며 "자신의 지역구에서도 역할을 제대로 못한 사람이 어떻게 대선 역할론을 내세울 수 있나"고 공격했다.
권 의원은 허 시장이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부산권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대해 "동부산권 관광단지는 전임 고 안상영 시장이 다 계획하고 이뤄놓은 것이고 허 시장 취임 후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자 허 시장은 권 의원이 공약으로 내세운 인공섬 건설의 비현실성으로 맞섰다.
허 시장은 "권 후보 주장대로 100만평 규모의 부유식 인공섬을 만들려면 적어도 길이 6㎞에 이르는 방파제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권 의원은 "이미 검토결과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응수했다.
현재 판세에 대해 허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 보듯이 배 이상의 격차로 앞서고 있으며 당원들도 시민들과 같은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고 권 의원은 "여론조사가 본선에서 뒤집어 진 일이 허다하다"고 맞받았다.
1시간여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인 시간은 채 5분도 안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일관해 지켜보던 당원과 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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