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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버티는 한동훈, ‘친윤’ 손절에 ‘식물 위원장’되나

등록 2024-01-22 18:50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며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한 위원장이 직 유지를 고수하는 한, 그를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은 없다. 하지만 당원들의 높은 지지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비대위원장에 오른 그는 취임 한달 만에 대통령과 여권 주류의 강력한 ‘경고’를 맞은 셈이 됐다. 한 위원장이 직을 유지하고 ‘홀로서기’에 나서더라도, 윤 대통령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 문제는 여전히 그의 숙제이고, 이는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관련 입장’을 묻자 “4·10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다. 선민후사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거고 정(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한 위원장의 임기는 6개월이다.

한 위원장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규정상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긴 어렵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최고위원 4인 이상의 궐위 △최고위원회의 전원 찬성 등 당대표 체제가 해산되는 상황은 규정하고 있지만, 비대위 체제는 별도 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이준석 전 대표가 쫓겨나다시피 물러날 때 형식적으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해당 행위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것처럼, 한 위원장도 당 윤리위에서 중징계를 받는다면 사퇴시킬 수 있다. 하지만 마땅한 빌미가 보이지 않아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렇다고 한 위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유지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전혀 없음에도 윤 대통령과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루아침에 여당 수장이 됐는데, 윤 대통령이 신임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이상 당내 주류도 그를 적극 뒷받침해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윤계 초선 이용 의원은 지난달 한 위원장 추대를 논의하던 의원총회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한 위원장 추대에 앞장섰지만,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설이 불거진 지난 21일엔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 지지를 철회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선 설령 한 위원장이 직을 유지한다 해도 당 장악력이나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극적으로 화해해 ‘한동훈 체제’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한 위원장으로선 감내해야 할 상처가 크다. 특히 양쪽의 갈등 봉합은 ‘김건희 리스크’를 더는 당에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렇게 되면 한 위원장으로선 총선을 더욱 어렵게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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