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이 서울 마포을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다고 17일 ‘깜짝 공개’했다. 전날 인천 계양구를 방문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항마로 소개한 데 이은 사실상의 ‘전략공천’이라는 풀이가 당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어 공천 신청자 평가 기준과 경선 방식 등을 정하고 “국민의힘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는데, 한 위원장 스스로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지역구에 ‘개딸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사당화’로 변질된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 정청래 의원이 있다. 자질 논란, 부적절한 언행에도 ‘이번에도 어차피 정청래가 될 거다’ 자조 섞인 말을 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마포을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7·19·21대 총선에서 3선을 한 곳이다. 한 위원장은 “어쩔 수 없지 않다. 김경율 위원이 정청래와 붙겠다고 (후보로) 나섰다”며 김 위원을 단상 위로 불러 함께 손을 번쩍 들었다. 참석자들은 “김경율!”을 연호했고, 김 위원은 “한 위원장이 저에게 낡은 시대와 이념 청산 과제를 준다면 기꺼이 받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세차례 출마한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은 여기에 반발해 즉각 퇴장했다. 이 지역 당직자들도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김 위원에게 마포을 출마를 제안했다고 한다. 회계사인 김경율 위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흑서’를 공동집필했으며, 지난달 국민의힘 비대위에 합류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마포 행사 뒤 열린 4·5선 의원 오찬 간담회에선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세차례 총선에서 떨어져 경쟁력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한 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천 계양을)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국민의힘엔 이 대표가 출마하는 지역에 가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려는 후보가 많다. 그중 한분이 원희룡”이라며 원 전 장관을 단상으로 불러냈다. 원 전 장관은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계양을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행보에 “공관위의 공천 절차를 무시하고 특정 후보를 사실상 낙점해 내리꽂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쉽지 않은 지역구이지만 이곳을 지키면서 버텨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경선을 운운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했다.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계양구민들 사이에는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지고, 당내 절차를 거칠 것이다. (김경율 위원은 전략공천이 아니라) 주요한 도전자”라고 반박하면서도 “이기는 공천 그 외의 고려 사항은 없다. 우리 당을 지지하는 분이 ‘여긴 어차피 안 돼’ 하는 곳엔 확실히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가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