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뒤 처음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대통령실과 정부에 ‘정책을 당과 논의해 발표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3개월도 남지 않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정책 주도권을 쥐고 민심을 반영하는 모양새를 보여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날인 14일 국회에선 설 민생안정 대책 관련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쪽에서 (일방적으로) 정책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에 와서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등 모양을 갖춰야 국민들에게 전달도 잘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15일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유 의장의 말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당과 상의를 하면 좋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당과 상의 없는 정부 발표’라는 유 의장의 지적은 최근 나온 △주식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상향(10억→50억원) △준공 뒤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에선 “세수가 줄어드는데 감세를 하긴 어렵다”며 주식양도세 완화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여당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당과 제대로 협의되지 않은 정책이 발표될 경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게 당인데, 총선 앞두고 정부가 정책 발표 전에 당과 논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공약개발본부 출범식에서 ‘격차 해소’와 ‘정치 개혁’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제시하겠다며, 정책 주도 의지를 밝혔다.
이날 한 위원장과 당 3선 의원 오찬 회동에서는 당정 관계 개선 요구가 나왔다. 회동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수직적 당정 관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길래, 내가 ‘인식이 진실이다. 진실이 비록 건설적 당정 관계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수직적이라고 인식한다면, 그걸 바꿀 결정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새로운 당정 관계의 필요성을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은 당의 역할을 하고, 정은 정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맞는 일을 하는 것으로, 그 이상의 말할 만한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